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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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아이브(IVE)가 콘서트로 실력을 증명했다. 10개월간 월드투어를 돌고 돌아온 이들은 시원시원한 밴드 연주에 맞춰 악착같은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강인함을 드러냈다.

아이브(안유진, 가을, 레이, 장원영, 리즈, 이서)는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 DOME(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첫 번째 월드투어 '쇼 왓 아이 해브(SHOW WHAT I HAVE)'를 개최했다. 전날에 이은 2회차 공연이다.

아이브는 지난해 10월 서울을 시작으로 아시아, 미주, 유럽, 남미 등 약 19개국 27개 도시에서 첫 월드투어를 진행 중이다. 이번 콘서트는 해당 투어의 앙코르로, 아이브는 1년 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올해 KSPO DOME으로 규모를 키워 돌아왔다.

4세대 걸그룹이 KSPO DOME에 입성한 건 아이브가 처음이다. 데뷔 2년 만에 빠르게 월드투어 첫발을 뗀 데 이어 '최초'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됐다.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아이브는 이틀간 총 1만65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실내체육관에서 1만1000명을 동원했던 것과 비교해 약 5500명 늘었고, 널찍한 메인 스테이지에 양옆으로 시원하게 뻗은 두 개의 돌출 무대까지 공연의 스케일이 압도적으로 커졌다.

아이브는 2030 세대는 물론 특히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독 인기가 좋다. 이를 증명하듯 공연장 주변에는 자녀들을 기다리는 부모들로 북적였다. 아예 공연장 앞에서 간이의자를 깔고 기다리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공연장 내부에서는 시작 전부터 얇고 앳된 어린 여학생들의 함성이 터져나와 웃음을 안겼다.

열띤 환호성에 힘입어 무대에 등장한 아이브는 '아이 엠(I AM)'으로 시작부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멤버들은 퍼포먼스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도 자신감 있게 고음을 내뱉으며 한층 성장한 기량을 뽐냈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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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전 공연과 비교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무대 상부에 위치한 밴드 세션이었다. 고음이 많아 가창이 힘든 곡으로 유명한 '아이 엠'을 오프닝 첫 곡으로 택한 것도 모자라 시원한 밴드 연주까지 가미한 것이다.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아이브의 당찬 각오가 엿보이는 시도였다.

이어 '로열(ROYAL)', '블루 블러드(Blue Blood)'까지 시원한 밴드 사운드와 함께 강렬하게 오프닝을 꾸몄다. 안유진은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오프닝부터 바꿔봤다"고 밝혔고, 이어 장원영은 "앙코르는 멋진 밴드 분들과 함께 돌아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레이는 "투어를 돌면서 새 앨범도 나오고, 새 무대도 여러 가지로 준비해 왔다. 약 10개월 만에 돌아왔는데 성장한 것 같다"면서 "공연 사이사이에 조금이라도 업그레이드된 무대들을 보여드리려고 준비했으니 함께 즐겨보자"고 외쳤다.

당찬 포부와 함께 본격적으로 다채로운 아이브의 매력이 펼쳐졌다. '블루 하트(Blue Heart)', '홀리 몰리(Holy Moly)'에 이어 히트곡 '일레븐(ELEVEN)'이 나올 땐 열정 가득한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멤버들에 화답하는 우렁찬 응원법이 장내를 가득 채웠다.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이후 '마인(Mine)'을 부를 때는 아이브 멤버들이 이동차를 타고 객석으로 가깝게 다가와 다이브(공식 팬덤명)를 기쁘게 했다. 팬들은 연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손을 흔드는 멤버들을 힘찬 박수와 환호로 반겼다. 화사하고 사랑스러운 무드의 공주 같은 아이브를 보고 있자니, 이들이 왜 '초통령' 수식어와 함께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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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브를 '예쁜 아이돌'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아이브는 데뷔 때부터 당차고 주체적인 메시지의 곡으로 사랑받았다. 팀의 정체성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건 그저 아름다운 모습이 아닌, 자신감 가득한 자기애였다. 무대 위 아이브는 월드투어를 거치며 실력적으로 한층 발전한 상태였는데, 이러한 성장 서사 자체가 팀의 아이덴티티와 맞닿아있었다.

짜릿한 밴드 연주에 맞춰 악착같이 라이브 퍼포먼스를 해내는 아이브의 모습을 보니 '더 강인해졌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단단한 밴드 사운드에 올라타 카리스마 넘치게 '아센디오(Accendio)' 무대를 해내는 아이브의 성장에 감탄이 터져 나왔다.

걸그룹 라이브 실력 논란이 불거지며 아이브 역시 적잖이 마음고생해야 했는데, 월드투어를 돌면서 이들의 실력이 늘었다는 사실이 SNS에서 회자됐던 바다. 그리고 앙코르 공연에서 이를 제대로 증명해낸 아이브였다. 히트곡 '러브 다이브(LOVE DIVE)', '키치(Kitsch)',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해야'를 모두 밴드 라이브에 맞춰 힘 있게 선보였고, 무대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으며 여유롭게 관객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분위기는 폭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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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마무리하며 레이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한국 투어를 시작할 때 불안한 마음도 가득하고, 10개월 동안 세계를 돌면서 투어를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함이 컸다. 어느새 잘 돌아와서 다시 한국에서 공연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오늘 여기 다이브가 모인 풍경이 봄날의 벚꽃같이 아름답다. 우리의 관계가 쉽지 않은 거라 생각한다"며 팬들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가을은 "투어를 통해 어떻게 해야 나라는 사람을 더 보여줄 수 있는지를 안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의 계단을 하나 뛰어넘은 것 같아서 의미 있다. 그 과정을 응원해 준 다이브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장원영은 "우리들만의 곡으로 꽉 채운 시간을 다이브들이 같이 꾸며준 게 놀랍고 고맙다.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더 기대된다. 10개월 동안 많은 무대를 했는데 오늘이 제일 재밌었다. 다이브에게 힘을 얻고 간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유진은 최근에 오디션 영상을 봤다면서 "그땐 이런 무대에 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감사하다"며 울컥했다. 그는 "앙코르콘이 우리가 다같이 모여서 즐기는 축제라고 생각하는데 끝난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난 공연하는 게 너무 좋아서 하루빨리 여러분들을 또 만나고 싶다. 노력해보겠다"고 말해 호응을 얻었다.

이서는 "다이브로만 꽉 찬 곳에서 공연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예전부터 멋진 아이돌이 돼서 월드투어하는 게 꿈이었는데 엄청 많은 도시를 갔다 왔다. 믿기지 않는다. 꿈만 같다. 내가 무대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고 느꼈다"라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끝으로 리즈는 "여긴 다이브랑 아이브뿐이고 우리의 세상이라고 생각하니 더 즐겼다. 고맙다. '앞으로도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공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욕심도 더 난다"면서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서울 공연을 마친 아이브는 일본으로 건너가 9월 4~5일 도쿄돔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열고 월드투어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소속사는 약 1년여간의 투어를 통해 전 세계 42만명의 팬과 만났다고 집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