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 등에 350억원 상당의 부정 대출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은 임종룡 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취임한 이후인 올 1월까지 지속됐다. 우리은행은 임직원 일탈과 차주의 사기에 따른 대출로 경영진이 알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정인 대출 137배 급증

우리은행, 손태승 친인척에 350억 부정대출…금감원 칼 뺐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검사에서 2020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약 3년9개월 동안 손 전 회장의 처남 등 친인척 관련 차주 20곳에 총 42건, 616억원의 대출이 실행된 것을 확인했다고 11일 발표했다. 11곳의 차주는 이 친인척이 전·현직 대표이거나 대주주인 법인 및 개인사업자였다. 9곳은 직접적 관계는 없으나 이 친인척이 원리금을 대납하는 등 실제 자금 사용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관련 제보를 받아 올 6월께 현장검사를 했다. 가치가 없는 담보나 여력이 없는 보증인을 세웠는데도 심사를 통과하는 등 부적정하게 이뤄진 대출이 28건, 350억원 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269억원 규모 대출에서는 부실(연체)까지 발생했다. 손실 예상액은 82억~158억원으로 추산된다.

금감원은 손 전 회장이 지주사와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이전에는 이 친인척 관련 대출이 5건, 4억5000만원에 그쳤다고 파악했다. 손 전 회장 재임 시기 특정인 관련 대출금이 137배가량 불어난 것이다. 손 전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했고 2019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우리금융 회장을 지냈다.

금감원은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금융지주 체계에서 지주사와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사안”이라며 “제재 절차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정 대출이 상부 지시가 아니라 현장의 과욕이나 일탈로 발생했다고 해도 관리·감독 부실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銀 “대출 절반은 몰랐다”

우리은행은 이날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우리은행 측은 “여신심사 소홀 등 일부 부적정한 대출 취급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제도 개선을 조속히 완료하는 한편 부실 규모 감축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혜 대출 논란에는 선을 그었다. 부정 대출은 담당 지역본부장의 일탈과 차주인 손 전 회장 친인척의 위조서류 제출 등 사기로 발생한 것이란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장 전결로 이뤄진 분할대출과 담당 본부장의 부당한 업무 지시, 대출 차주의 위조 서류 제출 등 여신심사 절차 소홀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이어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전·현 대표나 대주주가 아닌 차주는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친인척이 명시된 차주의 부정 대출은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은행은 6월까지 자체 감사를 벌여 부정 대출을 주도한 임모 전 본부장을 포함해 8명을 면직 등 조처했다. 관련자 형사 고소는 금감원 검사 이후인 지난 9일 했다. 손 전 회장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부실 대출을 내준 임 전 본부장이 손 전 회장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어 사실 관계 확인에 한계가 있다”며 “향후 수사를 통해 밝혀질 내용”이라고 말했다.

손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정 대출은 임종룡 회장 취임(지난해 3월) 이후에도 1년 가까이 이어졌다. 임 회장과 조 행장(지난해 7월 취임) 등 현 경영진에도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은행의 개별 대출 업무가 지주사 회장 보고 사안이 아닌 만큼 임 회장에게 책임을 묻긴 어려울 것이란 게 금융권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강현우/박재원/김보형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