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수천 개의 하청 업체 노조가 요구하는 단체교섭에 1년 내내 시달리다가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밀려날 게 뻔합니다.”
"1년 내내 하청 노조 교섭 시달리다 시장서 밀려날 수도"
A제조사 노무 담당 임원은 11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A사는 4000개가 넘는 1·2·3차 협력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 완성품을 조립하는 회사다. 이 임원은 노조법 개정안의 여러 독소 조항 중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2조 2호를 특히 우려했다. “한정된 자원과 인력을 가진 기업이 수천 개 하청 노조가 요구하는 모든 협상에 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B건설회사 관계자는 “아파트는 전기, 배관, 골조 등 각 분야 협력업체 수백 곳이 모여서 짓는다”며 “각 협력사가 원청을 상대로 공동 파업을 벌여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입주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재계가 우려하는 독소 조항은 이뿐만이 아니다. 노동쟁의 대상을 ‘근로 조건의 결정’에서 ‘근로 조건’ 자체로 확대한 2조 5호도 대표적 독소 조항이다. 기존 노조법에서는 기업이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경영상 판단으로 봤다. 대신 이에 따라 늘어난 출퇴근 시간 등을 근로자에게 어떻게 보상해줄지 정도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식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공장 이전 자체를 분쟁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한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기업의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같은 사용자의 정당한 경영상 판단 사항까지 쟁의 행위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해 노조의 경영권 침해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불법 파업에 사업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3조 1항)한 것도 문제다. 게다가 3조 3항은 불법 폭력 행위 등으로 법원이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개별 노조원의 책임 범위를 기업이 입증하도록 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수년 전 대규모 불법 파업으로 피해를 본 C사 관계자는 “당시 노조원 수백 명이 마스크와 모자, 헬멧 등을 착용하고 회사 건물을 점거했다”며 “신원 확인이 어려운데도 손해배상 책임을 회사에 입증하라고 한다면 결국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노사 신뢰를 한 방에 무너뜨리고 불법 파업을 조장할 최악의 법”이라며 “경총 등 경제 6단체는 이번주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릴레이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노조법 개정안은 다수 협력사와 협업하는 체계로 구성된 자동차, 조선, 철강, 건설 등 국내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할 것”이라며 “법안이 가져올 산업 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막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주길 다시 한번 간곡히 건의드린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