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별 사면·복권 리스트에 오른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 문제가 정치권 내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김 전 지사의 사면을 여러 경로로 대통령실에 요청했다”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가 “논의한 바 없다”고 일축하면서다. ‘이재명 일극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김 전 지사 복권의 정치적 파장을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복권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윤·한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경수 복권 '이재명 요구설' 놓고 진실공방

◆진실게임 된 김경수 전 지사 복권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경기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8·18 전당대회’ 경기 경선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으로 여러 루트를 통해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요청한 바 있다”고 했다.

여권은 김 전 지사의 사면이 이미 예고돼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박에 나섰다. 11일 여권 관계자는 “(이 전 대표에게) 부탁받은 바 없다”며 “향후 복권을 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지사를 사면한 2022년 연말 특사 당시 복권이 이미 결정됐지만, 총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를 미뤘다는 의미다.

이에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여권 측 관계자가 이 전 대표에게 ‘용산에서 경쟁자(김 전 지사)를 제한해 줄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며 “이에 이 전 대표는 ‘민주주의는 경쟁자가 많으면 좋다’는 취지로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김 전 지사를 강력한 경쟁자로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날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 전 지사의 사면이) 영수회담 실무회담 때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대통령실에서 민주당에 누구를 사면·복권하면 좋겠냐고 물어와 ‘김 전 지사와 정경심 교수를 사면복권했으면 좋겠다’는 이 전 대표의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與도 뒤숭숭

이런 가운데 한 대표가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권에도 파장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이 이에 대해 “사면 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제2의 당정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김 전 지사 복권을 두고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반성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정치를 하라고 복권해 주는 것에 공감하지 못할 국민이 많을 것”이라는 입장을 주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윤(친윤석열)계와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도 참여하며 판이 커졌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김 전 지사 복권을 두고 “국기문란 선거사범의 복권은 재고돼야 한다”며 “선거 범죄는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만큼 역대 정부들도 선거 범죄만큼은 사면·복권을 자제해왔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의원은 한 대표의 입장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사면과 복권은 모두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며 “원내에서는 특별한 입장 없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19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2022년 12월 사면됐지만 복권은 되지 않아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돼 있었다. 김 전 지사의 복권 여부는 13일 국무회의 의결과 윤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확정된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