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접어든 글로벌 미술시장, KIAF-프리즈 2024는 놓쳐선 안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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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F-프리즈 서울 2024]프리즈 3년의 변화와 올해 관전 포인트
올해 행사는 '불루칩' 작품 수집할 절호의 기회
프리즈 서울 진출 후 달라진 한국 미술시장도 확인
올해 행사는 '불루칩' 작품 수집할 절호의 기회
프리즈 서울 진출 후 달라진 한국 미술시장도 확인
프리즈의 한국 진출 소식이 전해진 2021년, 한국 미술시장의 미래를 전망하는 시각은 선명하게 둘로 나뉘었다. 낙관론자들은 “프리즈 서울 덕분에 한국 미술의 전성시대가 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중국화(化)된 홍콩 대신 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떠오르면서 그간 저평가돼왔던 국내 갤러리와 작가들도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외국 화랑들이 밀려들면서 한국 미술시장이 식민지처럼 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KIAF는 프리즈 서울에 밀려 동네 장터로 전락하고, 국내 화랑들과 작가들은 외국 화랑의 화려한 작가 라인업에 밀려 외면당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3년이 흘러 KIAF-프리즈가 3회째를 맞은 지금, 한국 미술시장은 어디쯤에 와 있을까. 프리즈 서울 개최 이후 달라진 국내 시장의 모습과 올해 행사에서 눈여겨볼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불황 속 찾아온 기회
미술시장은 경기가 나빠질 때 가장 먼저 침체되고, 경기가 호전될 때 가장 늦게 달아오르는 시장이다. 2022년 이후 조정기에 들어선 미술시장의 어려움은 ‘세계 미술 수도’ 미국 뉴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뉴욕에서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문을 닫은 갤러리는 총 20곳. 폐업한 갤러리들의 업력은 모두 7년 이상이었고, 이 중 업력이 20년을 넘는 갤러리는 7곳에 달했다. 살아남은 갤러리들도 인력을 줄이고 신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IAF-프리즈 개최 직전인 8월,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확산되면서 세계 주식시장이 급락한 건 갤러리들에게 커다란 악재다.
반대로 컬렉터 입장에서 이런 상황은 훌륭한 작품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더 중요한 건 아트페어에 나오는 작품과 전시 수준이 최근 몇 년 새 부쩍 높아졌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국내 갤러리들의 ‘실력’이 전보다 확연히 향상된 덕분이다. 시장 개방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갤러리들은 지난 몇 년 새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 키우고 해외에 적극 알리는 등 혁신에 나섰다. 갤러리조선과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제이슨함 등 국내 작가의 해외 전시를 도우며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갤러리도 늘었다.
이런 점은 올해 KIAF에 참가하는 부스들의 대표작 목록만 봐도 드러난다. 2~3년 전만 해도 KIAF 참여 갤러리 중 상당수 부스의 ‘간판’은 이우환 박서보 등 유명 원로 작가들의 작품이었다. 해당 작가들의 작품이 가장 잘 팔리기 때문이었다. 반면 올해 목록에는 각양각색의 국내외 작가들이 부스 대표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한 중견 화랑 대표는 “컬렉터들의 감식안이 전보다 훨씬 좋아지면서 유명 작가보다는 ‘숨겨진 보석’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며 “프리즈가 한국에 진출한 뒤 ‘우리 화랑의 색깔과 경쟁력을 확실히 보여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숨겨진 보석 발굴에 주력하는 국내 화랑들
올해 KIAF-프리즈는 지난 3년간 한국 시장이 쌓아온 기초 체력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프리즈 서울에서 누구나 아는 해외 근대 거장의 수십~수백억원대 작품 출품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 시장의 체급이 그만한 작품을 소화할 만큼 크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신 눈여겨볼만한 건 세계 시장에서 잘나가는 현대미술 생존 작가의 수억원대 작품이다. 이런 작가들의 작품은 프리즈 서울이 아니면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가 어렵다. 거래 수요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리즈 서울은 불황기에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살 기회일 뿐만 아니라, 해외 현대미술 최전선의 수작들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훌륭한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에 특히 눈여겨볼 만한 곳은 KIAF다. 프리즈 서울 진출 이후 ‘2부 리그’ 취급을 받았던 설움을 딛고 아트페어 참여 부스 전반의 수준을 확 높였다. 행사장 전반을 파격적으로 전시장으로 꾸민 KIAF 특별전, 주목할 만한 작가를 선정하는 ‘KIAF 하이라이트’도 꼼꼼히 봐야 한다.
시장 상황과 관계 없이 좋은 작품은 값이 오르고, 그렇지 못한 작품은 잊힌다. 올해 KIAF-프리즈는 좋은 작품을 감별하는 감식안을 키우고 활용할 기회다. 이는 미술 애호가들과 컬렉터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다.
성수영 기자
3년이 흘러 KIAF-프리즈가 3회째를 맞은 지금, 한국 미술시장은 어디쯤에 와 있을까. 프리즈 서울 개최 이후 달라진 국내 시장의 모습과 올해 행사에서 눈여겨볼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불황 속 찾아온 기회
미술시장은 경기가 나빠질 때 가장 먼저 침체되고, 경기가 호전될 때 가장 늦게 달아오르는 시장이다. 2022년 이후 조정기에 들어선 미술시장의 어려움은 ‘세계 미술 수도’ 미국 뉴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뉴욕에서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문을 닫은 갤러리는 총 20곳. 폐업한 갤러리들의 업력은 모두 7년 이상이었고, 이 중 업력이 20년을 넘는 갤러리는 7곳에 달했다. 살아남은 갤러리들도 인력을 줄이고 신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IAF-프리즈 개최 직전인 8월,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확산되면서 세계 주식시장이 급락한 건 갤러리들에게 커다란 악재다.
반대로 컬렉터 입장에서 이런 상황은 훌륭한 작품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더 중요한 건 아트페어에 나오는 작품과 전시 수준이 최근 몇 년 새 부쩍 높아졌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국내 갤러리들의 ‘실력’이 전보다 확연히 향상된 덕분이다. 시장 개방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갤러리들은 지난 몇 년 새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 키우고 해외에 적극 알리는 등 혁신에 나섰다. 갤러리조선과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제이슨함 등 국내 작가의 해외 전시를 도우며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갤러리도 늘었다.
이런 점은 올해 KIAF에 참가하는 부스들의 대표작 목록만 봐도 드러난다. 2~3년 전만 해도 KIAF 참여 갤러리 중 상당수 부스의 ‘간판’은 이우환 박서보 등 유명 원로 작가들의 작품이었다. 해당 작가들의 작품이 가장 잘 팔리기 때문이었다. 반면 올해 목록에는 각양각색의 국내외 작가들이 부스 대표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한 중견 화랑 대표는 “컬렉터들의 감식안이 전보다 훨씬 좋아지면서 유명 작가보다는 ‘숨겨진 보석’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며 “프리즈가 한국에 진출한 뒤 ‘우리 화랑의 색깔과 경쟁력을 확실히 보여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숨겨진 보석 발굴에 주력하는 국내 화랑들
올해 KIAF-프리즈는 지난 3년간 한국 시장이 쌓아온 기초 체력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프리즈 서울에서 누구나 아는 해외 근대 거장의 수십~수백억원대 작품 출품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 시장의 체급이 그만한 작품을 소화할 만큼 크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신 눈여겨볼만한 건 세계 시장에서 잘나가는 현대미술 생존 작가의 수억원대 작품이다. 이런 작가들의 작품은 프리즈 서울이 아니면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가 어렵다. 거래 수요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리즈 서울은 불황기에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살 기회일 뿐만 아니라, 해외 현대미술 최전선의 수작들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훌륭한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에 특히 눈여겨볼 만한 곳은 KIAF다. 프리즈 서울 진출 이후 ‘2부 리그’ 취급을 받았던 설움을 딛고 아트페어 참여 부스 전반의 수준을 확 높였다. 행사장 전반을 파격적으로 전시장으로 꾸민 KIAF 특별전, 주목할 만한 작가를 선정하는 ‘KIAF 하이라이트’도 꼼꼼히 봐야 한다.
시장 상황과 관계 없이 좋은 작품은 값이 오르고, 그렇지 못한 작품은 잊힌다. 올해 KIAF-프리즈는 좋은 작품을 감별하는 감식안을 키우고 활용할 기회다. 이는 미술 애호가들과 컬렉터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다.
성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