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심장 마루노우치…120년간 日 중심지 유지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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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본사 135개 밀집
하루 8만명 찾는 관광명소로 변신
도심 바꾸는 용적률의 마법
황거 고도제한 철폐해 초고층 복합개발
용적률 거래제 수익으로 도쿄역 복원
하부 문화재 복원해 용적률 더 받기도
하루 8만명 찾는 관광명소로 변신
도심 바꾸는 용적률의 마법
황거 고도제한 철폐해 초고층 복합개발
용적률 거래제 수익으로 도쿄역 복원
하부 문화재 복원해 용적률 더 받기도
일본 도쿄역에 도착하면 첫 발을 내딛는 곳이 도쿄의 ‘얼굴’로서 상징성을 갖는 마루노우치다. 면적이 120만㎡로 서울 금융중심지인 동여의도와 아파트 전체를 합친 것과 같은 규모다. 1970년 중공업 중심의 6층짜리 오피스 지구였던 마루노우치는 2002년부터 대개조가 시작됐다.
지금은 입주 기업수가 4300개, 상장사 본사가 135개에 달하는 국제업무중심지이자 휴일 하루 방문객수만 6만명인 관광명소다. 어느 건물에서든 백화점 수준의 상점가와 호텔, 레지던스를 찾을 수 있어 ‘24시간 살아있는 도시’로 바뀌었다. 마루노우치를 가로지르는 ‘마루노우치 나카도리’는 매달 건물주들이 주최하는 행사로 발디딜 틈 없이 붐빈다.
황거(천황 거주지) 때문에 적용되는 고도 제한을 풀고, 문화재 복원을 조건으로 용적률을 대폭 열어준 게 기폭제가 됐다. 정부와 대기업 계열 디벨로퍼인 미쓰비시 지쇼가 똘똘 뭉쳐 빚어낸 복합개발의 성과다. 마루노우치는 도쿄에서 한창인 마치즈쿠리(마을 만들기)의 진원지가 됐다. 문화재 고도제한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탓에 곳곳에 낡은 주택가와 1980년대 소형빌딩이 들어선 서울역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마루노우치 일대 빌딩의 공통점은 6층까지 빌딩 하부가 넓다는 점이다. 지진의 위험과 동쪽 황거(천황의 거주지) 때문에 존재했던 과거 6층(31m) 규제의 산물이다. 상당수 건물은 6층 일부의 옛 미관을 일부 보존하면서 다시 지어졌다. 도쿄역 광장 한 켠에 옛 도쿄 중앙우편국 건물의 흰색 외관을 남겨 지은 ‘킷테 마루노우치’가 대표적이다. 6층까지 외관을 남기는 대신 용적률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도쿄역 주변 빌딩은 마루노우치에서도 유독 높다. 2003년 건축기준법 개정으로 이 일대 6층 규제가 풀린 데다 용적률이 1300%까지 부여됐다. 추가로 도쿄역에서 못다 쓴 용적률(900% 중 700%)을 500억엔에 매각하는 ‘공중권 거래’가 허용되며 초고층 개발의 길이 열렸다. 2000년 법 개정으로 도입된 ‘특례 용적률 적용구역’이다.
미쓰비시는 1300% 위에 도쿄역에서 추가로 사들인 용적률을 올렸다. 2005년 도쿄빌딩을 시작으로 2007년 신마루노우치(용적률 1760%), 그랑도쿄(1304%) 등 마루노우치의 중심을 이루는 6개 빌딩이 직장과 쇼핑몰, 주거가 합쳐진 초고층으로 지어질 수 있었던 배경이다. 초고층 빌딩이 허용된다고 해서 문화재가 훼손된 것도 아니었다. 도쿄역 소유주인 JR동일본은 용적률을 매각해 마련한 돈으로 도쿄역 구청사를 복원했다. 마루노우치 파크 빌딩은 도쿄역 뿐 아니라 문화재 복원으로 추가 용적률을 받았다. 사업구역 한 켠에 유럽풍의 일본 최초 오피스 건물인 ‘미쓰비시 1호관’이 미술관으로 복원됐다. 빌딩 1층 전면은 1928년 근대건축물인 마루노우치 야에스 빌딩의 외관을 그대로 남겼다. 대신 도쿄역 공중권(130%), 미술관 복원(100%)에 따른 용적률 혜택을 받았다. 빌딩과 미술관 사이 안뜰은 정원이 들어서 관광객이 쉬어갈 수 있는 장소로 자리잡았다.
마루노우치에 있는 도쿄은행협회 빌딩은 일본 산업화의 상징인 일본공업클럽회관(1920년·5층)을 보존하면서 그 위에 지어졌다. 1884년 건립된 2층 건물의 석조 외벽 2개 면도 남겼다. 문화재 주변 높이 규제를 적용받아 슬럼화되는 중구 세운지구, 송파구 풍납토성 등 서울과 명암을 달리하는 사례로 꼽힌다.
덕분에 마루노우치는 관광객이 옛 건물을 감상하고, 1~6층에 있는 상점가에서 쇼핑을 한 뒤 건물 사이에 있는 녹지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됐다. 그 덕에 많은 오피스 공급에도 공실률은 2.1%를 유지하고 있다. 미쓰비시 지쇼 관계자는 “일본의 기업은 모두 이 곳에 본사를 두고 싶어하기 때문에 한 번 나가면 되돌아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자 취업자수(23만명→35만명) 뿐 아니라 휴일 방문객 수도 급증했다. 마루노우치의 오전 10시~저녁 8시 휴일 방문객수는 6만여명으로, 마루노우치 빌딩 개업 전인 2002년 2만명의 세배다.
복합개발이 이뤄질수록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면서 미쓰비시 지쇼의 실적도 올랐다. 미쓰비시 지쇼의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004억엔, 2786억엔으로 2002년의 세 배 가까이 성장했다. 미쓰비시 지쇼 관계자는 “마루노우치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지금은 입주 기업수가 4300개, 상장사 본사가 135개에 달하는 국제업무중심지이자 휴일 하루 방문객수만 6만명인 관광명소다. 어느 건물에서든 백화점 수준의 상점가와 호텔, 레지던스를 찾을 수 있어 ‘24시간 살아있는 도시’로 바뀌었다. 마루노우치를 가로지르는 ‘마루노우치 나카도리’는 매달 건물주들이 주최하는 행사로 발디딜 틈 없이 붐빈다.
황거(천황 거주지) 때문에 적용되는 고도 제한을 풀고, 문화재 복원을 조건으로 용적률을 대폭 열어준 게 기폭제가 됐다. 정부와 대기업 계열 디벨로퍼인 미쓰비시 지쇼가 똘똘 뭉쳐 빚어낸 복합개발의 성과다. 마루노우치는 도쿄에서 한창인 마치즈쿠리(마을 만들기)의 진원지가 됐다. 문화재 고도제한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탓에 곳곳에 낡은 주택가와 1980년대 소형빌딩이 들어선 서울역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문화재 복원·도시 활성화 모두 잡은 마루노우치
지난 1일 미쓰비시 지쇼에 따르면 2002년 이후 ‘마루노우치 프로젝트 1~2기’를 지나면서 이 일대 건물 연면적은 174만㎡에서 292만㎡로 불어났다. 마루노우치 곳곳엔 규제를 풀어내며 민간의 창의성이 발휘된 덕에 문화재와 개발이 공존한 성과가 눈에 띈다.마루노우치 일대 빌딩의 공통점은 6층까지 빌딩 하부가 넓다는 점이다. 지진의 위험과 동쪽 황거(천황의 거주지) 때문에 존재했던 과거 6층(31m) 규제의 산물이다. 상당수 건물은 6층 일부의 옛 미관을 일부 보존하면서 다시 지어졌다. 도쿄역 광장 한 켠에 옛 도쿄 중앙우편국 건물의 흰색 외관을 남겨 지은 ‘킷테 마루노우치’가 대표적이다. 6층까지 외관을 남기는 대신 용적률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도쿄역 주변 빌딩은 마루노우치에서도 유독 높다. 2003년 건축기준법 개정으로 이 일대 6층 규제가 풀린 데다 용적률이 1300%까지 부여됐다. 추가로 도쿄역에서 못다 쓴 용적률(900% 중 700%)을 500억엔에 매각하는 ‘공중권 거래’가 허용되며 초고층 개발의 길이 열렸다. 2000년 법 개정으로 도입된 ‘특례 용적률 적용구역’이다.
미쓰비시는 1300% 위에 도쿄역에서 추가로 사들인 용적률을 올렸다. 2005년 도쿄빌딩을 시작으로 2007년 신마루노우치(용적률 1760%), 그랑도쿄(1304%) 등 마루노우치의 중심을 이루는 6개 빌딩이 직장과 쇼핑몰, 주거가 합쳐진 초고층으로 지어질 수 있었던 배경이다. 초고층 빌딩이 허용된다고 해서 문화재가 훼손된 것도 아니었다. 도쿄역 소유주인 JR동일본은 용적률을 매각해 마련한 돈으로 도쿄역 구청사를 복원했다. 마루노우치 파크 빌딩은 도쿄역 뿐 아니라 문화재 복원으로 추가 용적률을 받았다. 사업구역 한 켠에 유럽풍의 일본 최초 오피스 건물인 ‘미쓰비시 1호관’이 미술관으로 복원됐다. 빌딩 1층 전면은 1928년 근대건축물인 마루노우치 야에스 빌딩의 외관을 그대로 남겼다. 대신 도쿄역 공중권(130%), 미술관 복원(100%)에 따른 용적률 혜택을 받았다. 빌딩과 미술관 사이 안뜰은 정원이 들어서 관광객이 쉬어갈 수 있는 장소로 자리잡았다.
마루노우치에 있는 도쿄은행협회 빌딩은 일본 산업화의 상징인 일본공업클럽회관(1920년·5층)을 보존하면서 그 위에 지어졌다. 1884년 건립된 2층 건물의 석조 외벽 2개 면도 남겼다. 문화재 주변 높이 규제를 적용받아 슬럼화되는 중구 세운지구, 송파구 풍납토성 등 서울과 명암을 달리하는 사례로 꼽힌다.
◆시총 상위 15개사 집결…“한 번 나가면 되돌아오기 어려워”
마루노우치는 일본의 경제력이 집중된 도쿄에서도 핵심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 20년 사이 입주기업 수는 3500개에서 4300개로 늘었다. 이 중 상장사 본사는 135개에 달한다. 일본 시가총액 상위 50위 기업중 15개사가 마루노우치에 본사를 뒀다. 2위인 니혼바시의 3배다. 마루노우치에 지사를 둔 외국 금융기관은 74개로, 2위인 도라노몬(22개)을 압도한다. 마루노우치에 입점한 점포수는 280개에서 880개로 증가했다. 빌딩의 최상부는 장기 투숙이 가능한 서비스 레지던스와 호텔이다. 562개의 식당과 68개 병원·약국, 9개 전시장, 14개 호텔·레지던스가 밀집한 중심가로 재편됐다.덕분에 마루노우치는 관광객이 옛 건물을 감상하고, 1~6층에 있는 상점가에서 쇼핑을 한 뒤 건물 사이에 있는 녹지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됐다. 그 덕에 많은 오피스 공급에도 공실률은 2.1%를 유지하고 있다. 미쓰비시 지쇼 관계자는 “일본의 기업은 모두 이 곳에 본사를 두고 싶어하기 때문에 한 번 나가면 되돌아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자 취업자수(23만명→35만명) 뿐 아니라 휴일 방문객 수도 급증했다. 마루노우치의 오전 10시~저녁 8시 휴일 방문객수는 6만여명으로, 마루노우치 빌딩 개업 전인 2002년 2만명의 세배다.
복합개발이 이뤄질수록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면서 미쓰비시 지쇼의 실적도 올랐다. 미쓰비시 지쇼의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004억엔, 2786억엔으로 2002년의 세 배 가까이 성장했다. 미쓰비시 지쇼 관계자는 “마루노우치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