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1년 전 미분양 아파트 가격 봤어?"…어느새 억소리 차익납니다
서울·수도권에서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고분양가 논란이 일며 미분양이 나왔던 단지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 강동구와 동작구, 경기 광명시와 용인시·파주시·의왕시 등 서울 외곽지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성 악화 등에 따른 분담금 급증으로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확산하면서 매수세가 활발하게 유입되고 있다. 일부 단지는 반년에 걸쳐 미분양을 털어냈을 뿐 아니라 주변 단지의 상승세로 시세차익을 낼 수 있게 돼 계약자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 매교역 팰루시드 조감도 / 삼성물산 제공
경기 수원시 권선구 매교역 팰루시드 조감도 / 삼성물산 제공

'3차 줍줍'까지 받았던 단지…2억 시세차익도 가능

12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 지하철 수인분당선 매교역 인근 매교역푸르지오SK뷰는 지난 3일 전용 84㎡(4층)가 9억2000만원에 팔렸다. 연초 대비 2000만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단지 남쪽에 인접한 매교역 팰루시드는 작년 말 같은 면적대가 8억9300만원에 1순위 청약받았다. 미분양 가구가 발생했다가 지난 3월 완판에 성공했다. 3개월 만에 1234가구 계약을 모두 마쳤다. 초기 계약률은 30%에 불과했지만, 계약금 비중을 10%에서 5%로 낮추고, 4~6회차 중도금에 무이자가 적용됐다. 그사이 계약한 수분양자는 이런 분양 혜택을 받은 데다 시세차익도 누릴 수 있게 된 것.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아르테포레 / DL이앤씨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아르테포레 / DL이앤씨
내년 3월 입주 예정인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아르테포레는 지난 3월 3차 무순위 청약 끝에 일반분양 121가구가 모두 계약됐다. 지난해 9월 1순위 청약을 받아 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미계약분에 연이어 발생하며 무순위 청약으로 이어졌다. 84㎡의 분양가는 10억440만~11억2400만원이었다. 북쪽에 인접한 답십리파크자이 전용 84㎡는 지난해 5월 10억4000만원에서 지난달 12억3000만원까지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시세차익을 수억원 누릴 수 있는 수준까지 시세가 올랐다.

서울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의 수분양자는 시세차익에 시행사가 제공한 혜택까지 얻게 됐다. 1순위 청약을 받은 지 1년 만에 미분양을 털어내서다. 이 단지는 작년 8월 전용 84㎡ 분양가 12억2000만~13억9400만원에 771가구 1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7828명이 몰리며 분양에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당첨자는 물론이고 예비당첨자 3855명이 대부분 분양을 포기하며 미분양이 나왔다. 그러자 1차 계약금 1000만원으로 모든 계약자에게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했다. 발코니와 붙박이장, 시스템 에어컨 등 품목까지 무상으로 안겨줬다.
"여보, 1년 전 미분양 아파트 가격 봤어?"…어느새 억소리 차익납니다
인근 단지 시세가 오르면서 차익도 기대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상도더샵1차 전용 84㎡가 13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9월 대비 8000만원 올랐다. 상도더샵1차가 2007년 지어진 단지라는 점과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현상을 고려하면 차익을 누릴 수 있는 시세까지 올라왔다는 분석이다.

분양가 주변보다 3억 이상 비쌌는데 '완판'

서울 강동구 더샵둔촌포레(둔촌현대1차 리모델링)는 옆 단지 대비 전용 84㎡ 분양가가 3억원 이상 차이 나는데도 지난 6월 계약이 완료됐다. 이 단지 전용 84㎡는 분양가가 12억9300만~13억5180만원으로, 1순위 청약을 진행한 3월에 둔촌현대4차(8억8000만원) 대비 4억원 이상 비쌌다. 오는 11월 입주 예정이어서 잔금 납입에 여유가 없고 1년간의 전매 제한이 걸린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서울 강동구 더샵둔촌포레 / 포스코이앤씨 제공
서울 강동구 더샵둔촌포레 / 포스코이앤씨 제공
하지만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남쪽의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 시세가 23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지하철 9호선 중앙보훈병원역 근처인 더샵둔촌포레도 새 아파트 프리미엄에다 '키 맞추기' 호재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경기 의왕센트라인 데시앙과 트리우스 광명,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뷰 등은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을 타고 최근 계약이 마무리됐다. 분양가 대비 아직 주변 시세가 낮아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을지 분명하진 않지만 '새 아파트' 현상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변 시세 1억원 이상 비싼데도 완판에 성공한 단지들도 눈에 띈다. 연말 입주 예정으로 잔금 일정이 촉박한 트리우스광명은 분양 최고가가 11억8600만원으로 광명14구역 재개발(광명푸르지오포레나)보다 1억원 이상 비싸지만 지난달 완판에 성공해 주목받았다. 최초 미분양 물량은 100가구가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왕 센트라인 데시앙은 전용 84㎡ 분양가가 9억2000만원으로 인근 단지인 의왕더샵캐슬(2021년 준공) 같은 면적대(8억5300만원) 대비 소폭 비싸지만 지난달 100% 계약에 성공했다. 아직 입주까지 2년 이상 남아있어 그 기간 시세가 오를 것을 감안하면 수분양자에게 시세 측면에서도 매력이 있었다는 평가다. 용인에서는 연초 분양을 시작한 '영통역자이 프라시엘'이 최근 완판됐다. 지난 3월 청약을 시작한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용인'과 안양 '이편한세상 평촌 어반밸리'도 계약을 마쳤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주변 아파트 시세가 전반적으로 오르자 새 아파트 단지의 매력이 부각된 것"이라며 "올해는 예정된 분양이 많지 않아 이같은 단지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