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였다. 퇴직금 달라"…재테크 수단이 된 근로기준법
법원은 당사자 사이 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근로계약관계로 보고 근로기준법상의 강행규정이 적용된다고 판단한다. 판결문의 문구를 그대로 옮기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종속적인 관계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라는 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다.

법원이 이처럼 상세한 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는 것은 노동에 대한 탈법적인 거래를 제한함으로써 근로기준의 최저한도를 보장하고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는 근로기준법의 목적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러한 목적은 ‘노동의 제공’이 대다수에게 삶을 유지하는 수단이지만 거래 당사자, 즉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데 현실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힘의 차이가 존재하므로,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기준을 법률로써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정당하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와 관련하여 현실에서 나타나는 분쟁의 다수는 위임 또는 도급관계에서 업무를 담당하던 수임인 또는 수급인이 거래관계가 종료되는 시점에 해고무효확인을 구하거나, 혹은 더 이상 근무할 유인이 없는 경우에 퇴직금을 구하는 형식으로 발생한다.

전자의 경우 당장 소득원이 없어지게 된 상황에서 계약 종료를 해고로 보아 다투는 것이므로 기본적 생활의 보장과 어느 정도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최근 선고된 타다 드라이버 사건도 인원 감축 통보에 따라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된 드라이버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타다 드라이버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신청을 기각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제1심은 근로자성을 부정하였는데, 플랫폼 노동 종사를 다양한 형태의 ‘사적 계약관계’로 규정하고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계약관계의 일방적 종료 등에 대한 규제는 입법을 통하여 규율하거나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하여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이유로 하였다. 반면 제2심은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는데, 드라이버에게 근무수락 여부, 근무시간 등에 관하여 자유로운 선택권이 없었고, 업무 관련 사항 대부분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으며, 앱에서 정해진 틀을 벗어나 자신의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할 수 없다는 점이 주된 이유였다.

비록 대법원이 타다 드라이버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는 하였으나 이처럼 판정기관 및 심급별로 결론이 심하게 엇갈렸는데, 이는 동일한 사안을 두고도 보는 시각에 따라 근로자성의 인정 여부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데 현실에서 경험하는 분쟁 중에는 기본적 생활 보장이나 그 향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유형의 분쟁은 통상 위임 또는 도급관계 종료 시점에 퇴직금을 청구하는 형태의 분쟁 중에서 확인되는데, 평균적인 소득 수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미 기본적 생활을 유지하고 있고(물론 어느 정도를 기본적 생활 수준이라고 할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는 있다), 달리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경우들이다.

계약기간 중에는 중위소득보다 높은 소득을 거두면서 거기에 더하여 사업자로서의 혜택까지 누리다가 일을 그만두는 시점에 돌연 근로자라고 주장하면서 퇴직금과 법정수당을 청구한다. 아직 분쟁이 발생하지 않은 사업장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보면 긍정적인 점으로 현재의 소득수준이라고 답변을 하면서 아쉬운 점으로는 일을 그만둘 때 다른 회사처럼 퇴직금이 있으면 좋겠다는 답변을 한다. 그런데 현재의 소득 중 일부가 근로소득세 및 퇴직충담금 등으로 감소하여도 괜찮을지에 대한 질문에는 다수가 난색을 표한다. 심지어 분쟁을 제기하였다가 토해내야 할 세금을 계산해 보고 취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정은 그 거래관계의 실질이 무엇이든 근로기준법의 목적인 기본적 생활 보장과는 관련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자성에 대한 판단 법리를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현행 판례법리는 거래관계 체결 당시 당사자의 의사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고, 경영판단을 함에 있어서 선택을 제한하며,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면이 있다. 사후에 소급하여 규제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일부이겠지만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법률을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법원 역시 갈수록 다양화되는 노무제공 형태를 고려하여 근로자성의 판단기준 역시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한편으로는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조홍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