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돌입·주가급락 예고하는 '족집게 신호'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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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의 경제야 놀자
美 3개월 평균 실업률 4.13%
1년 최저치보다 0.5%P 높아져
'삼의 법칙'은 불황 신호 떴지만
투기등급·국채 금리 차이는
큰 변동없이 안정국면 지속
경기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워
美 3개월 평균 실업률 4.13%
1년 최저치보다 0.5%P 높아져
'삼의 법칙'은 불황 신호 떴지만
투기등급·국채 금리 차이는
큰 변동없이 안정국면 지속
경기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워
세상일이란 지나고 보면 쉽다. 투자도 그렇다. 지난 5일 코스피지수가 9% 폭락할 것을 알았다면, 이후 1주일 만에 7% 반등할 것을 알았다면 꽤 큰 수익을 내거나 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경기 침체나 주가 급락을 미리 알 수 있는 신호는 없을까.
지난 5~7월 미국 실업률 평균은 4.13%다. 지난달을 기준으로 직전 12개월의 3개월 평균 실업률 중 최저치는 작년 7월의 3.6%다. 4.13에서 3.6을 빼면 0.53이다. 0.5를 넘었으니 삼의 법칙에 따르면 머지않아 불황이 올 것이 분명하다. 이에 미국 주가가 고꾸라지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무너졌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삼의 법칙이 과거 경기 침체를 잘 설명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경험칙일 뿐 관성의 법칙 같은 물리 법칙은 아니라는 것이다.
3타수 3안타를 기록한 타자가 네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친다는 보장은 없는 것과 비슷하다.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삼의 법칙에도 예외가 있었다. 미국 3개월 평균 실업률에서 직전 12개월 실업률의 최저치를 뺀 값은 1976년 3월 -0.27로 바닥을 찍고 상승해 1976년 11월 0.5를 찍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한동안 불황에 빠지지 않았다. 다음번 불황은 1980년에야 찾아왔다.
삼 본인도 이 법칙이 들어맞지 않을 가능성을 인정한다. 그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장년층 여성, 흑인 남성, 장애인 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사상 최고 수준이고 미국에 오는 이민자도 늘었다”며 “이런 추세라면 삼의 법칙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10년 만기 국채와 2년 만기 국채를 기준으로 한 미국의 장·단기 금리는 2022년 7월 역전된 이후 2년 넘게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러 있다.
장·단기 금리차 역시 경기 예측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화정책이나 채권시장 수급이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Fed가 작년 상반기까지 했던 것처럼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면 단기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 또 해외 투자자의 미국 국채 수요와 고령화로 인한 장기 채권 수요가 장기 금리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다가올 경기 침체를 100% 확률로 알려주는 지표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지표는 사실상 없다. 설명력이 높은 몇몇 지표가 있기는 하지만 정확히 언제부터 경기가 침체하고 주가가 급락할 것인지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때로는 지표 간에 엇갈린 흐름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어느 한 가지 지표를 절대시해서는 안 되며 여러 가지를 두루 살펴야 한다는 뻔한 결론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경기 예측도, 투자도 어렵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아홉 차례 침체 다 맞힌 삼의 법칙
이번 급락장의 방아쇠가 된 ‘삼의 법칙’부터 살펴보자. 삼의 법칙은 실업률을 기초로 경기 침체 가능성을 판단한다. 미국의 최근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직전 12개월의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아지면 불황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클라우디아 삼이 개발해 삼의 법칙으로 불린다. 1960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아홉 차례 경기 침체를 모두 삼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지난 5~7월 미국 실업률 평균은 4.13%다. 지난달을 기준으로 직전 12개월의 3개월 평균 실업률 중 최저치는 작년 7월의 3.6%다. 4.13에서 3.6을 빼면 0.53이다. 0.5를 넘었으니 삼의 법칙에 따르면 머지않아 불황이 올 것이 분명하다. 이에 미국 주가가 고꾸라지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무너졌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삼의 법칙이 과거 경기 침체를 잘 설명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경험칙일 뿐 관성의 법칙 같은 물리 법칙은 아니라는 것이다.
3타수 3안타를 기록한 타자가 네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친다는 보장은 없는 것과 비슷하다.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삼의 법칙에도 예외가 있었다. 미국 3개월 평균 실업률에서 직전 12개월 실업률의 최저치를 뺀 값은 1976년 3월 -0.27로 바닥을 찍고 상승해 1976년 11월 0.5를 찍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한동안 불황에 빠지지 않았다. 다음번 불황은 1980년에야 찾아왔다.
삼 본인도 이 법칙이 들어맞지 않을 가능성을 인정한다. 그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장년층 여성, 흑인 남성, 장애인 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사상 최고 수준이고 미국에 오는 이민자도 늘었다”며 “이런 추세라면 삼의 법칙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2년 전부터 침체 예고 장·단기 금리차
삼의 법칙이 빗나갈 수 있다면 경기 침체를 점칠 수 있는 다른 지표에는 어떤 게 있을까. 대표적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있다. 장기 금리가 하락해 단기 금리보다 낮아지면 불황이 온다는 것이다. 장기 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시장 참가자들이 불확실성을 피해 안정적인 장기 채권 투자를 늘린다는 것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장기 채권 수요가 증가해 금리가 하락(채권가격 상승)하는 것이다.따라서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10년 만기 국채와 2년 만기 국채를 기준으로 한 미국의 장·단기 금리는 2022년 7월 역전된 이후 2년 넘게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러 있다.
장·단기 금리차 역시 경기 예측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화정책이나 채권시장 수급이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Fed가 작년 상반기까지 했던 것처럼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면 단기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 또 해외 투자자의 미국 국채 수요와 고령화로 인한 장기 채권 수요가 장기 금리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침체 없다는 하이일드 스프레드
금융시장 불안을 측정하는 지표로는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많이 쓰인다. 투기 등급 채권 금리와 국채 금리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위험 등급 채권 금리부터 급등해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커진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이 산출하는 하이일드 인덱스는 지난해 10월 20일 9.45%를 찍은 이후 하락해 현재 7%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고용 지표나 장·단기 금리차와 달리 안정적인 흐름이다.다가올 경기 침체를 100% 확률로 알려주는 지표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지표는 사실상 없다. 설명력이 높은 몇몇 지표가 있기는 하지만 정확히 언제부터 경기가 침체하고 주가가 급락할 것인지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때로는 지표 간에 엇갈린 흐름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어느 한 가지 지표를 절대시해서는 안 되며 여러 가지를 두루 살펴야 한다는 뻔한 결론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경기 예측도, 투자도 어렵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