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과 빌런의 이분법으로 10·26을 봤을 때의 허망함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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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행복의 나라>
‘역사가 기억해야 하는 인물은
과연 어떤 인물인가’ 질문이 들게 한다
후반 법정 시퀀스가 다소 지루한 이유는
역사를 이미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캐릭터의 진부함 때문
‘역사가 기억해야 하는 인물은
과연 어떤 인물인가’ 질문이 들게 한다
후반 법정 시퀀스가 다소 지루한 이유는
역사를 이미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캐릭터의 진부함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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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의 나라>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을 주도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심복이자 사건에 참여한 박흥주 육군 대령, 그리고 그의 변론을 맡았던 태윤기 변호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영화는 두 남자의 연대와 우정 보다는, 대령을 변호하면서 서서히 성장해가는 소시민 변호사 ‘정인후’ (조정석, 태윤기 변호사를 극화한 인물)에게 초점을 맞춘다.

<행복의 나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인물과 사건의 상당 부분을 극화했다. 무엇보다 영화의 중추가 되는 변호인, 정인후는 젊은 청년 변호사로 정의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고 모인 변호사들과 달리 유명세와 (빨갱이 누명을 쓴 아버지에 대한) 울분으로 사건을 맡은 지극히 소시민적인 인물이다. 실제 인물인 태윤기 변호사는 광복군 출신의 인권 변호사로 그가 박홍주 사건을 맡았을 때는 61세의 노장이었다.
일단 영화의 이러한 선택에 의문이 든다. 어차피 두 인물의 이야기가 아닌, 변호인에 더 비중이 실리는 이야기라면 광복군 출신, 그리고 노령에 사건을 맡았던 실제 인물의 프로필이 더 영화적이지 않았을까. 물론, 감독 추창민의 전작인 <광해>를 고려하면 그가 가진 소시민적 인물, 그리고 그 인물이 우연한 기회에 성찰과 성장을 한다는 서사가 설득력이 없지 않으나, 10·26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배경으로 굳이 비슷한 인물을 다시금 만들어 소환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다시 말해 <광해>의 ‘하선’과 <행복의 나라>의 인후는 동어 반복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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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