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줄줄이 내려가는 가운데 저축은행은 금리를 높이는 역주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여파로 신규 대출을 중단한 저축은행이 영업을 재개하면서 자금 조달을 늘린 결과다.

5대 은행은 내리는데…저축은행 예금 금리는 '역주행'
12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65%로 집계됐다. 지난 3월 초 연 3.72%에서 5개월 동안 0.07%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국고채 3년 만기 금리는 0.4%포인트 하락했다.

이달 들어선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금리를 소폭 인상하는 추세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7일 수시입출금식 통장(파킹통장)인 ‘사이다입출금통장’ 금리를 연 2.9%에서 연 3.2%로 0.3%포인트 높였다. 업계 5위 애큐온저축은행은 ‘3-UP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를 지난달 말 연 3.55%에서 이달 연 3.85%로 상향했다.

은행권이 수신 금리를 낮추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3월 연 3.5~3.6%대에서 최근 연 3.3~3.4%대로 내려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 축소 방침에 따라 대출을 줄이려 하고 있다”며 “은행채 금리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만큼 예·적금 금리를 낮출 유인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이 하반기 영업 확대를 위해 예금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PF 신규 대출은 중단했지만 언제까지나 영업을 안 할 순 없는 노릇”이라며 “최근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등을 중심으로 신규 대출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 정기예금 만기가 몰려 있다는 점도 저축은행에 부담이다. 2022년 4분기 레고랜드 사태로 은행과 저축은행 등이 고금리 예금을 판매한 후 1년마다 해당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에 또다시 금융권 수신 경쟁이 붙어 금리가 크게 올라갈 수 있다”며 “당장 조달 비용이 늘더라도 선제적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게 나은 상황”이라고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