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내년 출시 예정인 고성능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 울트라’뿐만 아니라 준프리미엄 모델 ‘B200A’에도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중 최첨단인 12단 제품을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내년 엔비디아가 납품받는 HBM3E 중 12단 제품 비중이 기존 8단 제품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HBM3E 12단은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개발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는 제품이다. 반도체업계에선 내년에 HBM 시장에서 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엔비디아 새 AI가속기에 HBM3E 12단 적용…"판도 바뀔 것"
1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내년 상반기에 블랙웰 울트라와 B200A를 공개한다. 블랙웰 울트라는 올 하반기에 나오는 B100·B200 AI 가속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36GB(기가바이트) 용량의 HBM3E 12단 제품이 8개 들어간다.

눈에 띄는 대목은 B200A에도 HBM3E 12단 제품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B200A는 엔비디아가 B200의 경량화 버전으로 개발한 AI 가속기로, HBM 용량은 144GB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력 소모량과 면적을 줄이기 위해 1개당 용량이 24GB인 HBM3E 8단 대신 단위 용량이 큰 12단 제품 4개를 넣기로 결정했다. 트렌드포스는 “2025년에는 HBM3E에서 12단 제품 비중이 40%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계에선 HBM3E 12단 제품의 탑재량이 늘면서 HBM 경쟁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4세대 HBM(HBM3), 5세대 HBM(HBM3E 8단)과 달리 HBM3E 12단과 관련해선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제품을 개발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어서다.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가장 먼저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기업이 가장 많은 납품 물량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도 12단 납품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규재 SK하이닉스 패키징제품개발 담당 부사장은 최근 자사 뉴스룸 홈페이지를 통해 “적층 단수가 올라가면서 칩이 휘어지지 않게 하는 동시에 열을 방출하는 기술도 중요해졌다”며 “HBM3E 12단에 개선된 패키징 기술을 적용해 올 하반기 빅테크 고객사에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