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한계에 달한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유명 문화 유적까지 팔기로 했다.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오는 11월 남부 도시 나폴리 인근 카푸아성을 경매에 내놓을 예정이다. 감정 평가액은 2억4000만유로다. 카푸아성은 16세기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를 위해 건립됐으며 현재는 이탈리아 국방부가 갖고 있다. 군사 건축물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만큼 낙찰가는 감정가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카푸아성 외에 나폴레옹 유배지로 유명한 엘바섬 등대, 피렌체·파도바·타란토 지역의 궁전과 별장, 군사 막사, 창고 등도 매물로 나왔다. 이탈리아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자산을 팔아 국가 부채를 줄이겠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137.3%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서 그리스(160.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지난해 이탈리아 재정 적자는 GDP 대비 7.4%로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생산성 저하와 과도한 복지 지출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인구 고령화와 높은 지하경제 비율도 문제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5월 이탈리아 정부에 구조개혁 등을 펼쳐 국가 부채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