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따고 휴식? 제 칼끝은 이미 LA 가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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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2관왕' 펜싱 오상욱 인터뷰
괴물검객, 지칠줄 모르는 열정
"이번주부터 곧바로 훈련 돌입"
최고 명장면 다리찢기 공격엔
"공격을 피해야겠다는 생각뿐"
亞·세계선수권 등 '그랜드 슬램'
"경기 부담감 잊고 목표에 집중"
괴물검객, 지칠줄 모르는 열정
"이번주부터 곧바로 훈련 돌입"
최고 명장면 다리찢기 공격엔
"공격을 피해야겠다는 생각뿐"
亞·세계선수권 등 '그랜드 슬램'
"경기 부담감 잊고 목표에 집중"
“이번주부터 곧바로 훈련에 들어갑니다. 올림픽으로 미뤄진 국내 대회 일정이 줄줄이 있거든요. 눈앞에 다가온 대회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금의 가장 큰 목표예요.”
12일 전화로 만난 오상욱(27)에게서는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 2관왕의 ‘들뜸’이 전혀 묻어나지 않았다. 올림픽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은 뒤 심한 몸살을 앓아 잔뜩 잠긴 목소리로 “국가대표 선발전과 전국체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메달의 영광, 갑작스러운 인기에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가 느껴졌다.
그에게는 ‘괴물’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192㎝의 장신에 긴 팔다리, 유연함과 순발력까지 갖춰 펜싱선수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올림픽에서 오상욱은 펜싱 괴물다운 명장면을 여러 번 만들어냈다. 특히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와 만난 개인전 결승에서 긴 다리를 앞뒤로 찢으며 공격을 피하는 모습은 외신들도 “최고의 장면”으로 꼽으며 극찬했다. 오상욱은 “당시에는 공격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면서 “사실 그때가 실점한 순간이어서 화제가 된 게 쑥스럽다”며 웃었다.
오상욱의 경기 장면은 SNS를 통해 세계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는 “(인기가) 체감되지는 않는다”며 “다만 경기 이후에는 파리에서도 저를 알아보는 분이 많아지긴 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오랫동안 막내로 지내왔기에 새롭게 팀에 합류한 동생들이 빠르게 안착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그는 “막내 때 했던 자잘한 일이 몸에 배어 있어서 동생들에게 시키지 않는 편”이라며 “그 덕분에 동생들도 저를 어려워하기보다는 동료로 대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뒤 가장 먼저 떠올린 얼굴은 김정환 김준호 구본길 등 도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어펜저스’ 형들이었다. 그는 “준호 형은 저와 밑바닥부터 함께 올라오면서 서로의 성격이나 펜싱, 심정 등을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이고, 정환이 형은 제가 늘 배우고 싶고 동경했던 선수로 친형보다 가까이 지냈다”고 애틋함을 전했다.
금메달 2관왕까지 가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2022년 12월 연습 도중 발목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받았고, 올초에는 손목 부상까지 겹쳤다. 부상 트라우마 탓에 경기에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그랑프리 대회 8강에서 당시 세계랭킹 78위에게 졌고 직후 열린 월드컵에서는 아예 개인전 16강에서 탈락했다.
올림픽이 눈앞에 다가오는 시점, 그는 오히려 “부담감을 덜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생각을 지웠다. 4강, 결승 등 그 경기의 무게감을 잊고 눈앞의 게임에만 집중하려 애썼다”는 설명이다. 올림픽 2관왕, 그랜드슬램 달성까지 모든 것을 이룬 오상욱은 이제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을 바라본다. 그는 “눈앞의 작은 목표들을 이뤄가다 보면 단체전 4연패, 개인전 2연패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12일 전화로 만난 오상욱(27)에게서는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 2관왕의 ‘들뜸’이 전혀 묻어나지 않았다. 올림픽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은 뒤 심한 몸살을 앓아 잔뜩 잠긴 목소리로 “국가대표 선발전과 전국체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메달의 영광, 갑작스러운 인기에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가 느껴졌다.
세계팬 홀린 ‘펜싱 괴물’
오상욱은 11일(현지시간) 막 내린 파리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스타 중 하나다. 펜싱 사브르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자 한국 남자 사브르의 첫 금을 따냈다.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이어 올림픽 개인전까지 석권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올림픽 단체전 3연패도 완성했다. 그는 “동생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며 공을 후배들에게 돌렸다.그에게는 ‘괴물’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192㎝의 장신에 긴 팔다리, 유연함과 순발력까지 갖춰 펜싱선수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올림픽에서 오상욱은 펜싱 괴물다운 명장면을 여러 번 만들어냈다. 특히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와 만난 개인전 결승에서 긴 다리를 앞뒤로 찢으며 공격을 피하는 모습은 외신들도 “최고의 장면”으로 꼽으며 극찬했다. 오상욱은 “당시에는 공격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면서 “사실 그때가 실점한 순간이어서 화제가 된 게 쑥스럽다”며 웃었다.
오상욱의 경기 장면은 SNS를 통해 세계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는 “(인기가) 체감되지는 않는다”며 “다만 경기 이후에는 파리에서도 저를 알아보는 분이 많아지긴 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팀 막내에서 기둥으로 세대교체
2021년 도쿄 대회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선 올림픽 무대. 고등학교 시절 국가대표를 시작해 팀의 ‘만년 막내’였던 오상욱은 어느새 둘째 형으로 팀의 기둥이 됐다.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줄 것을 기대하는 시선도 많았다. 그는 “주변의 기대가 크긴 했지만 도쿄 대회를 통해 면역이 생겼던 것 같다”며 “메달 후보로 나란히 거론된 송세라(펜싱 여자 에페)와 함께 고민을 나누며 부담을 덜어냈다”고 말했다.오랫동안 막내로 지내왔기에 새롭게 팀에 합류한 동생들이 빠르게 안착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그는 “막내 때 했던 자잘한 일이 몸에 배어 있어서 동생들에게 시키지 않는 편”이라며 “그 덕분에 동생들도 저를 어려워하기보다는 동료로 대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뒤 가장 먼저 떠올린 얼굴은 김정환 김준호 구본길 등 도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어펜저스’ 형들이었다. 그는 “준호 형은 저와 밑바닥부터 함께 올라오면서 서로의 성격이나 펜싱, 심정 등을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이고, 정환이 형은 제가 늘 배우고 싶고 동경했던 선수로 친형보다 가까이 지냈다”고 애틋함을 전했다.
금메달 2관왕까지 가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2022년 12월 연습 도중 발목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받았고, 올초에는 손목 부상까지 겹쳤다. 부상 트라우마 탓에 경기에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그랑프리 대회 8강에서 당시 세계랭킹 78위에게 졌고 직후 열린 월드컵에서는 아예 개인전 16강에서 탈락했다.
올림픽이 눈앞에 다가오는 시점, 그는 오히려 “부담감을 덜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생각을 지웠다. 4강, 결승 등 그 경기의 무게감을 잊고 눈앞의 게임에만 집중하려 애썼다”는 설명이다. 올림픽 2관왕, 그랜드슬램 달성까지 모든 것을 이룬 오상욱은 이제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을 바라본다. 그는 “눈앞의 작은 목표들을 이뤄가다 보면 단체전 4연패, 개인전 2연패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