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중앙위원회에서 당의 지향과 가치를 담은 새 강령을 채택했다. 오는 18일 전당대회에서 최종 확정할 ‘이재명표 민주당’의 새 강령은 한마디로 강경 노선이다. ‘의회’ ‘상생’이라는 단어가 빠지고 대신 ‘더 강한 민주주의’라는 생경한 용어가 들어갔다. ‘노란봉투법’ 밀어붙이기, 두 달 새 7건 탄핵 입법 같은 폭주정치 일상화의 예고다. ‘당원 중심 대중 정당’이라는 말로 당원 참여를 강조한 대목도 개딸 정치 본격화의 신호로 해석된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후보였던 이재명 전 대표의 ‘기본사회’ 공약을 강령 전문에 명시한 대목이 가장 걱정스럽다. 특정인의 정책을 정당의 헌법 격인 강령 전문에 명시한 것은 당 사유화의 분명한 방증이다. 기본사회는 ‘빚내서 현금 살포’하는 기본소득을 주거 금융 의료 교육 등 사회 전반으로 무한 확장한 개념이다. 양극화·불평등을 극복하고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기본사회를 명시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기본사회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수많은 부작용을 안고 있는 발상이다. 국민 1인당 월 1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데만 올 국방비(59조원)와 비슷한 60조원이 든다. 민주당이 목표로 제시한 월 50만원을 주려면 1년 예산(656조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300조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기본 금융·주택·의료·교육까지 하려면 말그대로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된다. 민주당은 기존 복지를 줄이지 않고도 이런 기본 복지를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원 조달 해법으로 제시한 대기업·부자 증세와 과감한 국채 발행이 필연적으로 수반할 재정 파탄과 원화 가치 폭락 문제에는 침묵한다.

새 강령은 국민 의사와 선호가 국가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정민주주의 원칙’도 강조한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같은 포퓰리즘 정치의 노골적 선언으로 읽힌다. ‘국민이 바라는 건 다 주겠다’며 퍼주기로 치달아 파국을 부른 그리스 사례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생색내기 정치는 국민의 기본적 삶을 위협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