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청동 초이앤초이갤러리에서 열리는 데이비드 레만 개인전 ‘사랑은 죽음보다 뜨겁다’에 전시된 ‘도파민’(2023).  초이앤초이갤러리 제공
서울 삼청동 초이앤초이갤러리에서 열리는 데이비드 레만 개인전 ‘사랑은 죽음보다 뜨겁다’에 전시된 ‘도파민’(2023). 초이앤초이갤러리 제공
독일의 데이비드 레만은 인간의 사랑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가다. 뜨겁다 못해 고통스러운 사랑, 그런데도 또다시 빠져드는 사랑을 그린다. 독일 화단 최고의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레만이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내한했다.

그는 작품 42점을 서울지역 세 곳의 갤러리로 나눠 동시에 전시회를 열고 있다. 서울 종로 초이앤초이에서는 ‘사랑은 죽음보다 뜨겁다’라는 제목으로,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와 아이프미술경영에서는 ‘사랑을 또다시 믿는다’로 관람객을 만난다.

1987년생 작가인 레만은 강렬한 작품 세계를 내보이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 소년’으로 이름을 날렸다. 회화와 드로잉에서 모두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느 평론가는 “동년배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예술가가 나타났다”고 감탄했다. 영재 화가는 2016년 독일 브란덴부르크에서 수여하는 젊은 예술가상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었고, 3년 후인 2019년에는 독일 주요 4개 도시에서 특별 순회전을 열 자격을 얻기도 했다.

레만은 자유로움과 순간의 감정이 드러나는 그림을 주로 그린다. 2년 동안 철학 공부에 빠졌던 경험을 그림에 녹여내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 나온 그림들도 그렇다. 사랑으로 벅차오르는 감정을 강렬한 색깔로 캔버스 위에 토해내듯 표현했다. 붓 터치 또한 역동적이다.

그는 풍자적인 그림도 자주 그리고, 에로틱한 이미지를 적나라하고 도발적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레만이 그리는 모든 회화의 바탕엔 노란색이 있다. 그는 캔버스 위에 노란색 안료를 뿌리고 밑 작업을 시작한다. 하얀 바탕이 아니라 노란 바탕에 색을 겹쳐 쌓는다. 다른 색감이 더해질수록 밝은 노란색의 존재감은 희미해진다. 그는 이런 작업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채 살아가는 인간이 닮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전시는 8월 24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