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할인을 확대하거나 예정에 없던 프로모션에 나섰다. 한 달 전에 월별 할인율을 결정하는 수입차 브랜드들은 다음달 할인 규모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화재에 데였나…수입차 '폭탄 세일'
12일 자동차 구매 정보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할인율이 20%가 넘는 수입차 모델 30개 가운데 22종이 전기차다. 할인을 많이 해주는 수입차 10대 중 7대가 전기차란 얘기다.

아우디는 전기차인 e-트론 55 콰트로를 정가에서 29.5% 할인된 8256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e-트론 스포츠백과 e-트론S 콰트로 등의 할인율도 29.5%다. 고성능 전기차인 RS e-트론 GT도 24.5% 할인된 1억5372만원에 팔고 있다. 이들 차량의 지난달 할인율은 20%였다.

BMW의 전기차 i7 xDrive 60은 지난달 할인 없이 팔다가 이달 들어 12.7% 싸게 팔고 있다. iX xDrive 50 스포츠플러스도 이달부터 12.9% 할인된 1억350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들은 통상 연말에 할인폭을 끌어올리는데 이례적으로 여름부터 할인율을 높인 것”이라며 “화재 여파로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된 게 영향을 준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수입차는 한국법인의 할인율과 딜러들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할인폭을 더해 실제 구매가가 결정된다. 딜러들은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차량 판매가 부진하면 딜러 마진을 줄이는 식으로 할인폭을 끌어올린다. 폭스바겐 전기차인 ID.4는 초기 물량 계약이 완판됐다가 최근 예약이 일부 취소됐다. 서울 도곡동에 있는 한 수입차 매장의 딜러는 “최근 전기차 구매를 상담하다가 내연기관 차량으로 넘어간 고객이 상당수 있었다”며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들면 다음달 할인폭을 늘릴 수도 있다”고 했다.

현대자동차도 다음달 판매 조건을 한 달 전에 결정하는데, 아직 판매 조건을 변경하지 않았다. 다만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코나일렉트릭 등 전기차를 내년 8월까지 출고하는 국내 고객에게 미국 하와이에 있는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HGV) 계열 호텔의 2박 숙박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새로 내놨다. 기아와 BMW는 현대차에 이어 이날 자사 전기차의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김재후/김진원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