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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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유모 씨는 최근 실내 클라이밍(암벽 등반)을 다시 시작했다. 무더위가 지속되자 야외 운동하기엔 어렵다고 판단, 실내 클라이밍 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유 씨는 “직장 동료들과 일주일에 한 번 클라이밍장에 가는 모임을 만들었다. 올림픽 시즌이라 그런지 더 운동에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면서도 “같이 하는 멤버들끼리 클라이밍 전용 신발도 공구(공동 구매)하는 등 패션에도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실내에서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클라이밍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관련 패션 아이템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클라이밍 ‘인증샷’을 올리는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준 인스타그램 상에서 클라이밍 관련 해시태그(#)는 200만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클라이밍 업체와 협업해 젊은 층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려는 흐름도 포착된다.
사진=이랜드 제공
사진=이랜드 제공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신발 편집숍 폴더(Folder)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폴더에서 클라이밍 패션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늘었다. 이 기간 특히 ‘클세권’(클라이밍장이 모인 역세권)으로 꼽히는 신촌과 홍대, AK수원, 대구 동성로 등 특화 매장에서의 수요가 높았다. 이들 매장은 매출이 20% 증가했다.

이랜드 폴더 관계자는 “일상복으로도 연출하기 좋은 신발로 입소문이 난 브랜드 스카르파의 ‘모히또’, 킨의 ‘재스퍼’ 등 클라이밍 브랜드의 신발 입점을 발 빠르게 추진했다”며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해당 신발들을 코디하는 방법 등을 고객들에게 제안하며 소비자 접점을 확대한 것이 매출 상승의 주효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산악 활동을 즐기는 폴더 상품기획자(MD)가 직접 신발을 경험해보고 데일리룩으로 제안한 암벽 패션이 고객들에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고 귀띔했다. 폴더는 오는 가을 시즌을 겨냥해 클라이밍 관련 상품과 콘텐츠를 강화하고 고객이 선호하는 암벽 및 아웃도어 기반 브랜드 입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발뿐만 아니라 클라이밍 할 때 착용감이 좋은 레깅스를 선보인 패션업체들도 매출 성장세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됐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 전개하는 애슬레저 브랜드 젝시믹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1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 뛰었다. 매출은 32% 늘어난 7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안다르는 매출 671억원과 영업이익 105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코카콜라사 제공
사진=코카콜라사 제공
이외에도 클라이밍 수요가 늘어난 것을 겨냥,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시도도 포착된다. 코카콜라사 스포츠음료 파워에이드는 스포츠 클라이밍 짐 ‘피커스’와 협업해 내달까지 ‘파워에이드 클라이밍 월’을 선보이고 클라이밍 챌린지를 연다. 코카콜라사 관계자는 “2024 파리올림픽 정식 종목이자 최근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클라이밍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이밍, 등산 등 MZ(밀레니얼+Z)세대의 건강한 취미에서 영감을 얻고 데일리룩으로 풀어낸 신발 패션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클라이밍에 입기 좋은 스타일링을 추천해주거나, 등반하는 모습을 스냅 화보로 만든 콘텐츠도 여럿 선보이는 추세다. 특히 클라이밍의 경우엔 신발부터 레깅스 등 여러 아이템이 활용되는 만큼 관련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