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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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즌2'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뀐 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부동산 정책에서 윤석열 정부의 색깔을 발견하기는 어렵습니다.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공급대책도 시장 불안만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시장이 수긍하지 않으니 자주 발표하게 되고 발표 자체가 늘어나니 시장을 더욱 신뢰하지 않습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열심히 해도 분양에서 입주까지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현재의 주택시장에서 5년 단임제 정부가 공급대책을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희극입니다. 우리나라 어떤 정권도 공급대책을 세우고 자신들 임기 내에 그 결과를 볼 수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가 단임제 국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000세대의 아파트 단지를 공급해야 만족하는 특수한 주택시장 상황도 여기에 한몫을 합니다.

부동산 공급대책의 목표가 달라져야 합니다. 그 어떤 정권도 임기 내 주택가격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분양에서 입주까지 길면 5년이 걸리는데 주택가격을 목표로 잡으면 5년 동안 공염불에 허송세월만 할 겁니다. 반면 공급대책의 목표를 주택공급의 여건 개선에 둔다면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도 다시 만들고 잘못된 공급체계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5년 단임제 정권 내에서 발생한 부동산시장의 문제는 본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서 잘못했다면 이는 오롯이 문재인 정부의 잘못입니다. 집권하자마자 서둘러 대응을 못했다고 질책할 수는 있어도 무능한 정권이라는 말은 애당초 적용되지 않습니다. 야당의 정책위의장이 "무능의 끝판왕"이라고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평가했지만, 이는 '누워서 침 뱉기'일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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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린벨트 해제나 택지개발이 현재 꼭 필요한지는 더 크게 고민해야 합니다. 인구가 줄고 고쳐 써야 할 주택들이 널려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아무것도 못 하는 이런 주택들에 대한 대책들이 더 시급합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꼭 필요하고 정책효과도 큰일들은 제쳐두고 쉽고 편안한 길을 가려고 하는 정부가 답답합니다. 쉬운 길은 필히 부작용이 따릅니다. 인구가 주는데 대량으로 공급된 주택은 필히 다른 곳에 빈집을 늘릴 겁니다. 수도권이라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제로섬게임(한쪽의 이익이 한쪽의 손해와 상쇄돼 그 합이 0이 되는 것)의 사회적 인구변화는 새로 만드는 모든 것들을 집어삼킬 겁니다. 이젠 아껴 쓰고 고쳐 쓰는 것이 대안입니다.

공급대책도 이제는 양적인 목표 위주에서 질적인 실천 위주로 전환해야 합니다. 필요한 곳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해야 합니다. 가장 필요한 서울 도심에 대량으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복합개발이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단순히 아파트만 공급하는 걸로 주택수요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인 트로피 에셋(trophy asset)을 만들어 기존 주택수요를 최대한 흡수해야 합니다.

55개나 되는 도심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일본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언론에 의하면 8월1일 개발업계와 일본 내각부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도쿄 국가전략 특별구역’에서 진행되는 도심복합개발 사업은 총 55개입니다. 국가전략특구는 2014년 아베 신조 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비즈니스하기 쉬운 환경을 마련하겠다’며 도입한 탈규제 지역입니다. 우리도 비슷한 공간혁신구역이 있지만 4개에 그칩니다. 글로벌 경쟁도시와 비교하면 우리의 도심개발은 걸음마 수준이며 그마저도 제대로 걸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세훈 시장은 집값 잡는 데만 관심이 있습니다. 최대의 악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확대 지정이 왜 지금 나오는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때문에 반포동 등의 특정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천청부지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이를 규제지역 전체로 확대한다면 이후에 벌어질 일은 문재인 정부 때 이미 경험한 바 있는 오래된 미래입니다. 규제하면 가격이 오른다는 경제학의 기본원리와 싸우고 있습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고 선진 외국에서는 수명이 다한 소셜믹스(social mix)가 가져와 타워팰리스 같은 임대주택을 만들겠다는 일갈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이제는 반시장적 규제를 대놓고 실천하니 말문이 막힙니다.

주택시장 안정은 공급으로만 가능합니다. 30년 주택시장을 살펴봐도 금융위기가 오거나 공급이 많았던 시기를 제외하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계속 상승해왔습니다. 공공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착각, 규제를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오만은 이념과는 상관이 없는 듯합니다. 시스템이 잘 작동되도록 만들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정책결정자들 때문에 주택시장이 또다시 왜곡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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