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의 슈퍼사이클인데...조선사 실적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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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랜 불황의 파고를 넘어 모처럼 호황기를 맞이한 조선업계가 뜻밖의 실적 암초를 만났습니다. 노조 리스크인데요.
국내 조선사 노조단체인 조선업종노조연대가 오는 28일 동반 파업을 예고해 생산차질이 우려됩니다.
실제 파업이 이뤄질지, 영향은 어떨지 현장 분위기까지 살펴보겠습니다.
<앵커>
네 산업부 고영욱 기자 나와있습니다.
고 기자, 먼저 조선업계 최근 실적부터 정리해주시죠.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 3사가 나란히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표로 정리했는데요.
HD한국조선해양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28% 늘어난 5300억 원을 기록했고요.
삼성중공업도 165% 늘어난 영업이익 208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한화오션은 2분기만 놓고 봤을 때 96억 원 적자였지만 상반기 전체로는 433억 원 흑자였습니다.
수주물량도 쌓이고 있습니다. 상반기 기준 조선3사 수주잔고는 200조 원에 육박합니다. 3~4년 치 일감이고요.
지난달에는 한국 조선업계가 중국을 제치고 수주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지난해 실적도 좋았는데 올해는 더 좋군요. 영업환경이 달라진 게 있습니까?
<기자>
선박 가격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습니다. 가격지표인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를 보면 지난주 기준 189 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11월 이후 44개월째 오르고 있는데요. 역대 최고치인 2008년 9월 191.6 포인트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LNG운반선이나 초대형 유조선 VLCC 같은 고부가 선박 발주가 계속 나오면서 배 값이 높게 유지되고 있고요.
컨테이너선의 경우 그동안 낮은 수익성으로 국내 조선사들은 외면했었는데요. 올해 가격이 뛰면서 수익성 위주로 골라잡을 수 있게 됐습니다.
홍해 사태로 수에즈 운하 통행에 지장이 생기면서 운임이 가파르게 오르자 해운사들이 컨테이너선 발주를 늘린 영향입니다.
여기다 배를 만들 때 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 후판가격도 지난해보다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엔 톤 당 약 100만 원이었는데 최근 철강업계와 마무리한 올해 상반기 협상에선 90만 원 대 초반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실적이 좋은 만큼 노조가 더 나눠 갖자고 요구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파업 얘기까지 나오는 건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조선 3사 직원들은 지난주까지 2주간의 휴가를 마치고 이번 주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노사 교섭도 재개됐는데요.
아직까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입니다.
구체적으로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성과급 산출기준 변경 등을 요구안에 담았고요.
한화오션 노조는 지난해 한화그룹 인수 당시 사측이 약속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 RSU 방식의 성과급 300%를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에선 지난해 50년 만에 처음으로 현장 근로자 노조 결성된 뒤 올해 본격적인 투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각 사별 노조는 이미 조합원 투표로 파업을 가결한 상태고요. 조선사 노조들의 모임인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오는 28일 공동파업 예고하고 있습니다.
<앵커>
실제 파업이 이뤄질까요. 영향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각사 노조의 파업 찬성률이 높은 만큼 실제 파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에는 부분파업이 진행된 뒤 9월 하순에 가서야 노사협상이 타결됐는데요.
사측은 올해 협상과 관련해 “성실히 교섭에 임해 타협점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선업은 파업을 한다고 전체 공정이 멈추지는 않기 때문에 파업 참가인원과 기간에 따라 파업영향이 달라지는데요.
문제는 각 조선사들이 현재 야근에 특근까지 하며 밀려드는 주문 소화하고 있는 상황이란 겁니다. 가동률이 100%가 넘습니다.
적기에 소화를 못하면 발주사에 지연배상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모처럼 만의 호황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한화오션의 경우 지난 2022년 두 달 간 도크점거 파업에 하루 300억 원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당시 생산일정 조정비용으로 인해 올해 2분기 실적까지 여파가 있었는데요. 1400억 원이 비용처리 됐습니다.
<앵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
고영욱기자 yyko@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