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인공지능(AI) 랠리의 대표주 엔비디아가 주가 급락을 딛고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AI에 대한 기대가 다시 나오면서 다른 주요 반도체 기업과 전력 기자재·인프라 등 관련 기업의 주가도 살아나고 있다.
"엔비디아 바닥 쳤다"…월가, 잇단 매수 추천

엔비디아 호실적 기대 커져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08% 오른 109.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10달러 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이날 엔비디아 자율주행 자동차 제어 반도체 ‘드라이브 토르’의 중국 BYD와 사오펑 대량 납품 준비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달 130달러를 웃돌았던 엔비디아 주가는 ‘AI 거품’과 경기 침체 우려로 지난 5일까지 25% 이상 폭락하며 주가가 최저 90.69달러로 밀려 내려갔다. 오는 28일 5∼7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9일 엔비디아의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지난달 매출이 1년 전보다 45% 증가했다고 발표하면서 발주 업체인 엔비디아 실적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엔비디아 AI 칩의 수요자인 MS와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는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AI 인프라 등 자본 지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 신형 AI 칩 블랙웰 B200의 생산 지연도 수익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티머시 아쿠리 UBS 애널리스트는 “블랙웰 출하 지연은 최대 4~6주로 선적은 12월 중순에나 이뤄진다”며 “그동안 현재 주력 제품인 호퍼 칩 판매로 충분히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날 그동안 낙폭이 과도했다며 반등할 주식 1순위로 엔비디아를 선정했다. 비벡 아리아 BoA 분석가는 보고서를 통해 2024년 말 반도체 컴백이 예상되는 가운데 엔비디아를 최고 ‘반등’ 후보 중 하나로 꼽았다. 이어 UBS도 엔비디아를 매수 추천했다. UBS와 BoA는 엔비디아 주식 매수를 추천하며 목표주가를 지금보다 37%가량 높은 150달러로 제시했다.

“4분기에 반도체주 본격 반등”

엔비디아 반도체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슈퍼마이크로는 전 거래일보다 6.33% 급등한 540.98달러에 마감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KLA(1.44%)를 비롯해 AMD(1.86%)와 TSMC(0.31%), 브로드컴(0.24%), 마이크론테크놀러지(1.68%) 등이 일제히 상승하며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0.73% 올랐다. 반도체 성수기로 여겨지는 4분기부터 반도체 주식이 본격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아리아 BoA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AI 거품에 대한 지적은 타당하지만 지금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AI 반도체를 대량으로 구매한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기업들이 투자 대비 성과를 논하는 것은 아무리 빨라도 2026년”이라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전력 기업의 주가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벤 레빗 S&P글로벌 원자재인사이트 전력·재생에너지 연구원은 “올초 미국 전력 회사들이 2030년 누적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전망치를 50% 정도 상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