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밤 전 세계 밤하늘에 유성우가 쏟아지는 ‘우주 대향연’이 펼쳐졌다. 북마케도니아의 코자크 호수에서 본 한여름 밤의 페르세우스 유성우.   EPA연합뉴스
지난 12일 밤 전 세계 밤하늘에 유성우가 쏟아지는 ‘우주 대향연’이 펼쳐졌다. 북마케도니아의 코자크 호수에서 본 한여름 밤의 페르세우스 유성우. EPA연합뉴스
그제 밤부터 어제 새벽까지 전 세계에서 ‘우주 대향연’이 펼쳐졌다. 3대 별똥별 중 하나인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쏟아졌다.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스위프트-터틀 혜성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부스러기가 지구 대기권에 부딪혀 불타면서 떨어지는 현상이다. 관측하기 좋은 곳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다.

유성우뿐 아니라 모든 별은 도시보다 초원이나 사막에서 잘 보인다. 쏟아지는 별빛이 이마에 닿을 듯 가깝다. 도시에서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대기 오염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빛 공해가 가장 큰 요인이다. 가로등이나 네온사인 같은 조명이 별빛을 방해한다.

별, 인류 꿈을 키운 영감의 광원

정진규 시인은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며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고 노래했다. 별은 어두울수록 빛난다. 번쩍이는 섬광도 가장 어두울 때 강한 빛을 뿜는다. 별은 인류의 꿈을 키운 영감의 광원(光源)이며, 상상력의 발광점이기도 하다.

옛사람들은 별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펴고 우주를 동경했다. 지도가 없던 시대의 유일한 이정표는 별이었다. 별자리는 지상의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자 해상의 항로를 일러주는 나침반이었다. 자연과학으로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것도 별을 대상으로 한 천문학이다. 이는 인류 문명의 첫 꾸러미와 우주의 근본 비밀을 푸는 열쇠다. 우리 조상들이 어떤 생각의 각도로 세계를 보고, 어떤 사유의 진폭으로 현실을 인식했는지가 거기에 투영돼 있다.

그 정신사의 단면 중 하나가 명명법(命名法)이다. 이름은 대상의 본질과 우리의 인식을 동시에 반영한다. 별 이름을 지을 때도 그랬다. 고대 인류는 천체 현상을 신의 계시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별의 이름을 신화에서 따왔다. 지금의 영어 명칭에 당시의 세계관이 그대로 담겨 있다.

수성(Mercury·머큐리)의 이름은 로마 신화 속 전령의 신 메르쿠리우스(Mercurius)에서 따왔다. 태양 가까이에서 가장 빨리 공전하는 모습이 분주한 심부름꾼과 닮았기 때문이다. 금성(Venus·비너스)은 태양계에서 가장 밝고 아름다운 빛을 띤 행성이어서 미(美)의 여신 베누스(Venus) 이름을 땄다. 화성(Mars·마스)은 전쟁의 신 마르스(Mars)에서 유래했다. 화성의 붉은빛이 피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목성(Jupiter·주피터)은 로마 최고의 신 유피테르(Jupiter), 그리스의 제우스(Zeus) 이름을 땄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에 걸맞은 명명이었다. 토성(Saturn·새턴)은 농업의 신 사투르누스(Saturnus)에서 왔다. 제우스에게 쫓겨 도망간 뒤 로마인들에게 농경법을 알려준 신이다.

천왕성(Uranus·유러너스)은 사투르누스(토성)에게 추방당한 하늘의 신 우라노스(Ouranos)에서 왔다. 토성보다 멀리 있는 천왕성이 쫓겨난 것처럼 보여 그렇게 붙였다. 해왕성(Neptune·넵튠)은 표면이 푸르다고 해서 바다의 신 넵투누스(Neptunus) 이름을 땄다. 2006년까지 태양계 행성이었지만 지금은 소행성으로 강등된 명왕성(Pluto·플루토)은 죽음과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신 이름을 지녔다.

고대 동양에서는 우주 만물의 원리를 담은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별 이름에 ‘금(金·쇠)’ ‘수(水·물)’ ‘목(木·나무)’ ‘화(火·불)’ ‘토(土·흙)’를 붙였다. 당시 볼 수 있는 별 가운데 밝게 빛나는 행성은 다섯 개밖에 없었다. 천왕성과 해왕성, 명왕성이 발견된 것은 18세기 이후다. 일본이 서양 천문학을 들여오면서 ‘하늘의 신’은 천왕(天王), ‘바다의 신’은 해왕(海王) 등으로 번역해 만든 이름이다. 우리도 이를 그대로 쓰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태양과 달도 행성으로 여겼다. 천문학의 발달로 지동설이 받아들여지면서 태양과 달은 행성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1주일의 요일 이름에는 여전히 행성의 비밀이 숨어 있다.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달, 수성, 금성, 태양, 화성, 목성, 토성이 각각 고유한 궤도를 따라 지구 주위를 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지금의 월(달) 화(화성) 수(수성) 목(목성) 금(금성) 토(토성) 일(태양)이라는 요일 이름이 탄생했다.

꿈꾸는 사람만이 창조할 수 있다

요일 이름을 고대 7행성에서 따왔다는 얘기는 2세기 후반 그리스의 베티우스 발렌스가 쓴 <명문집>에 기록돼 있다. 고대인의 지구중심설은 이로부터 1400여 년 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에 의해 태양중심설로 뒤바뀌었다. 인류의 우주관과 세계관을 송두리째 바꾼 대전환이었다. 하지만 태양 또한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별 중 하나라는 게 밝혀졌다. 태양보다 2000배나 큰 초거대 항성도 발견됐다. 우주의 크기는 추정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단지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뿐이다. 그러니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상상력 없이 갈 수 있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상상력은 어둠과 중력의 제약을 뚫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힘이다. 꿈꾸는 사람만이 창조할 수 있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가진 자전거방 형제 덕분에 비행기가 발명됐다.

하늘의 별을 관측하면 시야각이 최대한으로 넓어진다. 생각하는 방법, 대상을 보는 관점도 우주적으로 바뀐다. 스티븐 호킹이 “발밑을 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별을 보라”고 했듯이 보는 각도를 바꾸면 생각의 각도가 달라진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지구는 어떤가. 아무 경계가 없는 하나의 땅,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다. 우주 공간을 다녀온 사람들은 지구로 돌아온 뒤 대부분 직업을 바꿨다고 한다. 가치의 대전환을 겪고 인생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좁은 틀에 갇혀 아웅다웅하던 것과 달리 남에게 관대하고 포용적인 사람으로 변했다.

오늘도 밤하늘을 수놓는 별 무리마다 상상의 날갯짓이 반짝거린다. 별 이름과 요일의 원리 속에서도 생각의 옷자락들이 펄럭인다. 이제부터라도 발아래 세상만 보지 말고 고개 들어 별을 보자. 상상력의 스위치를 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