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13년 만에 대폭 강화된다고 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그제 전체회의를 열어 사기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마련하고 공청회와 관계기관 의견 조회 등을 거쳐 내년 3월 확정할 예정이다. 양형기준은 판사들이 형을 선고할 때 참고하는 가이드라인으로, 구속력은 없지만 기준을 벗어난 형량을 선고할 경우 판결문에 그 이유를 적시해야 한다.

양형 강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금액이 5억원 이상인 사기 범죄의 형량 기준을 높이도록 했는데, 전세 사기와 같은 조직적 사기 중 금액이 50억~300억원, 일반 사기 중 금액이 300억원 이상인 경우 기존 징역 11~13년에서 징역 17년까지 선고하도록 했다. 사기 금액이 300억원을 넘는 조직적 사기는 특별조정을 거쳐 최대 무기징역까지 엄벌하도록 했다.

눈에 띄는 것은 보이스피싱 범죄 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지금까지 보이스피싱 범죄는 형법상 사기죄를 적용했으나, 지난해 11월 시행된 형법보다 엄한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을 반영해 전기통신 사기죄로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하도록 했다. 보험 사기도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형법 사기죄 조항은 1995년 이후 개정되지 않았고, 양형기준 역시 2011년 만든 것을 여태껏 적용해 왔다. 그러다 보니 전세 사기, 보이스피싱과 같은 지능 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는데도 법원의 판결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사기죄는 감옥 살아도 남는 장사’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사기죄 양형기준을 강화한 것은 만시지탄의 느낌이 없지 않다.

사기 범죄는 연간 30만 건에 피해액이 30조원에 달하는 중대 범죄 유형이다. 전세 사기나 보이스피싱을 당한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경제적 살인죄’다. 형량 상향뿐만 아니라 처벌 기준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사기 예방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대부분 고령자인 점을 감안해 피해자가 55세 이상인 때는 최대 10년을 가중하고, 의료지원비를 노린 보이스피싱으로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는 종신형까지 내리는 등 촘촘한 처벌 기준을 두고 있다. ‘사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선 사법 장치의 지속적인 개선 작업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