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난세에 필요한 공직자의 자세
현대 사회에서 국가, 종교, 화폐, 주식회사 등 인간이 만든 체계는 일종의 허구이자 가상의 신념 프레임이다. 모든 사람이 그것을 믿고 따르며 인정하는 개념으로, 이는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체계 안에서 공직자의 자세와 마음가짐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독재 권력은 경찰, 검찰, 군대, 정보기관 등 합법적 강제력을 자신의 수족으로 만들고자 하는 원초적 욕구를 지니고 있다. 이는 권력자들이 흔히 강조하는 “검찰(혹은 경찰·군)은 국민의 신뢰를 받는 명실상부한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말로 표현된다. 하지만 그 진심은 ‘권력의 신뢰를 받는 권력의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로 해석된다.

이런 권력자의 탐심(貪心)을 제어하기 위해 헌법, 헌법정신, 사법부 같은 가상의 신념 체계가 존재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선출 권력 우위론’은 한때 미국에서 주창됐으나 현재는 폐기된 구시대의 이론이다. 어떤 공직은 선출로, 어떤 공직은 임명직으로 정하는 것은 그 나라 헌법 제정권력인 ‘국민의 합의’의 산물이다. 선출직 권력자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나 명령에 임명직 공직자가 무조건 맹종하면 훗날 자신도 처벌받아 패가망신하고 최종 피해는 국민에게 되돌아간다. 지난 시절 여러 고위 공직자가 적폐 청산 프레임으로 몰려 수형자가 된 사례가 있다.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이라는 옛말이 있다. ‘법은 권세에 아부하지 않고, 정의의 줄자는 스스로 굽히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모든 공직자가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헌법과 헌법정신을 수호하는 각오를 단단히 한다면, 한시적인 선출 권력을 가진 자들이 공직자를 종 부리듯 다루지는 못할 것이다. 공직자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행동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공정성과 정의를 지켜야 한다. 이는 공직자의 기본이자 최선의 덕목이다. 고위 공직자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고,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직자는 시대의 변화를 읽되, 권력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정의로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헌법과 법률에 기반한 공정한 판단은 공직자의 사명이다. 이런 자세와 마음가짐이 공직자를 진정으로 국민의 봉사자로 만들고 그들이 맡은 바 임무를 올바르게 수행하게 할 것이다.

난세에 더욱 필요한 것은 공직자의 올바른 자세와 마음가짐이다. 헌법과 법률에 충실하고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직자가 많아질 때, 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자세가 공직자의 사명이며 난세에 국민이 기대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