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 본토에 꽂은 우크라 국기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기습한 지 1주일째인 12일(현지시간) 접경 지역인 쿠르스크의 한 마을에서 우크라이나 병사가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러 본토에 꽂은 우크라 국기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기습한 지 1주일째인 12일(현지시간) 접경 지역인 쿠르스크의 한 마을에서 우크라이나 병사가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깊숙이 공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서방에 호소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기습 공격해 러시아를 충격에 몰아넣은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전선을 가로질러 반격하는 동안 러시아 깊숙한 곳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서방 동맹국에 다시 한번 간청했다. 그는 자국군의 공격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축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방·외교 당국자들에게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장거리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국들의 허가를 받는 데 필요한 조치 목록을 제시하라”고 지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저녁까지 러시아 남부 국경 지역인 쿠르스크의 약 1000㎢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605㎢)의 1.65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우크라이나군은 국경에서 약 22㎞ 떨어진 쿠르스크의 코레네보와 마르티노프카 인근에서 러시아군과 교전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서방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ATACMS), 스톰섀도와 같은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했다. 하지만 확전을 우려해 방어 목적 이외에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재량권을 확대해달라고 호소해왔다. 미국은 최근 이런 호소를 받아들여 제한적인 범위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허를 찔린 푸틴 대통령은 서방에 날을 세우고 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를 공격하고 있다는 비난이 핵심이다. 그는 이날 모스크바 외곽에서 쿠르스크 등 접경지 상황 관련 회의를 주재했다. 본토가 피습된 뒤 1주일 새 세 번의 회의를 열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손을 빌려 우리와 싸우고 있다”며 “적은 분명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며 우리의 모든 목표는 분명히 달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