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러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려는 투자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가시권에 들어선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과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지역 점령 확대 등의 이슈가 맞물리면서 관망심리가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0.037%포인트 떨어진 연 3.905%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가 내려갔다는 건 국채 가격은 올랐다는 의미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연동되는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0.032%포인트 하락한 연 4.021%를 나타냈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별다른 경제 이벤트와 지표가 없었고 Fed 인사들의 공개 발언도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임박했다는 각종 신호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 역시 뛰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은 1.2% 오른 트로이온스당 2504.0달러를 기록했다. 열흘 만의 최고 수준이다. 지난 2일에 이어 또다시 2500달러를 넘겼다. 금속정보업체 키트코메탈스는 “커지는 중동 지역 불안감이 금 투자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는 이날 3.58% 오른 21.10을 가리켰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가자지구 전쟁 지속과 지정학적 위기 고조 등을 이유로 들어 이스라엘 국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분석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 가격에 어느 정도 반영돼 있지만 확전 여부에 따라 추가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과 동맹국들의 대규모 보복 공격이 현실화하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금융시장에 다시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며 “이란의 보복 공격이 이번 주 금융시장의 최대 위험 요인”이라고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