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샌프란시스코 호텔 산업이 침몰하고 있다. 시내 노후화로 치안 우려가 확대된 데다 라스베이거스 등에 주요 콘퍼런스를 줄줄이 뺏기면서다. 호텔 관련 대출 부실이 늘고 있어 샌프란시스코 호텔 산업이 회복 불가능한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호텔·빌딩이 텅 비었다…위기의 샌프란시스코
12일(현지시간)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업체 트렙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지역 숙박 부문의 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CMBS)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41.6%에 달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만 해도 5.7%였다. CMBS는 금융사가 업무용 빌딩이나 상가,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빌려준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증권이다. CMBS 연체율이 높아지면 전체 상업용 부동산의 부도 위기가 커진다.

이 같은 CMBS 연체율 증가 폭은 미국 전역 25개 대도시권 중에서 가장 크다. 덴버,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필라델피아 등도 같은 기간 CMBS 연체율이 높아지긴 했지만 2~5%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세인트루이스(0.96%)와 마이애미(0.32%)의 CMBS 연체율이 여전히 1%를 밑돌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1년간 시카고, 미니애폴리스, 뉴욕 등은 오히려 CMBS 연체율이 낮아졌다. 이 지역 주요 호텔의 가치도 줄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큰 호텔인 힐튼파크55와 힐튼샌프란시스코유니언스퀘어의 합산 가치는 최근 약 10억달러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이 지역 호텔 산업이 압박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라며 “올여름 휴가철에도 다른 지역보다 호텔 점유율이 크게 줄어 어려운 해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호텔산업은 코로나 확산을 전후해 붕괴하기 시작했다. 높은 주거 비용과 경제적 불평등이 문제가 된 상황에서 펜타닐 등 마약과 범죄 이슈가 불거지면서 거주자뿐 아니라 방문객까지 이 지역을 기피하게 됐다. 코로나 기간 재택근무를 하던 기술 업체 직원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지역 상권 자체가 위축됐다. 악화된 환경 탓에 기업들이 본사 자체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한때 각종 박람회와 세미나도 사라졌다.

이벤트가 줄면 객실 숙박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 6월 기준 샌프란시스코의 호텔 주말 점유율은 2019년 이후 22% 감소했다. 미국 전 지역에서 주말 점유율이 평균 4%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급감했다. WSJ는 “호텔뿐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의 상업용 빌딩이 기록적인 수준의 공실률을 나타내고 있다”며 “샌프란시스코가 전에 없던 도전적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