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금융 소비자가 사망보험금 청구권을 보험사 등 신탁회사가 운용·관리하도록 위탁할 수 있게 된다.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는 관련 상품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금 청구권 신탁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다음달 말 시행될 예정이다. 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고객 사망 시 지급하는 보험금을 신탁회사가 운용·관리해 수익자에게 주는 상품이다. 사망보험금 30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 가능하다. 종신(생명)보험에 가입한 고객 대부분이 신탁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직계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험금을 편취하는 사례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에는 부모가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상속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지난해 8월에는 54년간 연락을 끊고 살던 친모가 아들 사망 후 보험금을 챙기려고 나타나 공분을 샀다.

보험금 청구권 신탁이 도입되면 고객은 사망보험금을 보험사가 관리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권 신탁 제도는 사망보험금이 악의적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막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이혼한 전 배우자가 아이를 위해 남겨둔 보험금을 가로채지 않도록 신탁에 맡길 수 있고, 사업에 실패한 자녀 대신 손자에게 보험금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다음달 제도 시행에 맞춰 관련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종신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생보사의 관심이 크다. 생보업계는 저출생과 1인 가구 증가로 종신보험 시장이 쪼그라드는 가운데 보험금 청구권 신탁이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은 종합신탁업 라이선스를 2007년 취득해 유언대용신탁, 장애인신탁, 치매신탁, 증여신탁 등에 진출했다.

10여 년 전 보험금 청구권 신탁을 도입한 일본은 시장 규모가 5000억엔(약 4조6000억원)에 달한다. 제일생명 등 7개 생보사가 신탁업에 참여하고 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