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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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상의를 들어 올려 배를 드러내 놓고 거리를 활보하는 남성들을 볼 수 있다. 외국에서는 이 모습을 '베이징 비키니'로 부르며 큰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는 이러한 옷차림이 도시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단속까지 나서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1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막 내린 '칭다오 글로벌 맥주 축제'에서는 어김없이 베이징 비키니 차림의 중국인 남성들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무더위를 참지 못한 일부 현지인들이 공공장소에서 상의를 벗은 채 활보하며 곳곳에서 실랑이가 확인됐다.

산둥성, 한단, 톈진, 선양 등 일부 지방정부가 베이징 비키니를 퇴치하기 위해 벌금까지 물려가며 집중 단속을 펼치고 있음에도 중국인들의 베이징 비키니 사랑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2019년 5월 톈진에서는 한 남성이 슈퍼마켓에서 윗옷을 탈의한 채로 쇼핑하다가 약 1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었던 사례가 있다. 또한 일부 지역 당국은 공공장소에서 상의를 올리지 말자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공익광고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베이징 비키니는 이미 서구권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과거 CNN, 워싱턴 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은 매년 여름철만 되면 일부 중국 행인들이 어김없이 셔츠를 위로 걷어 올리고 다닌다며 베이징 비키니를 "중국 여름의 주된 흐름"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CNN이 소개한 광고 영상에선 한 여성이 남자친구와 함께 놀러 간 공원에서 상의 탈의를 한 채 앉아있는 아버지를 목격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남자친구가 여성에게 "그게 당신 아버지야? 너무 미개하다"라고 비난을 퍼붓는다.

다만 현지 일각에서는 베이징 비키니를 단속하려는 당국의 움직임에 대해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중국 네티즌은 "이런 폭염에 어떻게 대응하라는 거냐?", "(상의 탈의를) 중국의 특수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중국 전역의 평균 기온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베이징 비키니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 전역의 평균 기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도가 올라 196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