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미국 9월 금리인하 기대가 커지고 '블랙 먼데이' 이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주목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KRX 리츠TOP10 지수'는 4.1%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9.4%)을 크게 웃돌았다. KRX 리츠TOP10 지수는 코스피 상장 리츠 종목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산출한 지수로, SK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 롯데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신한알파리츠 등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 리츠주(株)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 한 달간 롯데리츠는 22.6% 뛰었다. 이리츠코크렙(6.7%), 신한알파리츠(8.6%), 디앤디플랫폼리츠(7.3%), SK리츠(5.1%) 등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요 리츠는 주가가 20% 넘게 내린 종목이 다수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블랙 먼데이'로 꼽힌 지난 5일에도 상장 리츠 하락률은 시장지수보다 낮았다. 5일 코스피지수는 8.7%(234.64포인트), 코스닥지수는 11.3%(88.05포인트) 하락한 데 비해 KRX 리츠TOP10 지수는 3.83%(33.27포인트) 하락으로 선방했다.

리츠는 다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운용수익과 매각수익을 배당하는 부동산투자회사다. 금리가 내려가면 리츠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 리츠 수익률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금리인하기에 관심이 몰린다. 실물 자산을 보유하고, 연간 배당수익률이 일반적으로 5%대 이상으로 높아 안전자산으로도 불린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리츠주에 투자심리가 쏠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Fed가 9월 금리인하를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으로 확실시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Fed가 오는 9월에 기준금리를 25bp(1bp=0.01%) 인하할 확률은 53.5%, 50bp 인하 확률은 46.5%로 반영됐다. 25bp 인하 가능성과 50bp 인하 가능성이 거의 반반이다. 연내 3회 이상 금리 인하 가능성은 100%를 보였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기에는 대출금리를 넘어서는 투자회수율 추구가 어려워 신규 자산 편입이 불리할 수 있지만, 금리 하락기에는 레버리지 효과로 외형 확장을 통한 배당 성장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리츠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상장 리츠 전반에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로도 최근 한 달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상장 리츠에 투자하는 ETF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에는 최근 한 달 462억원이 유입됐고,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에는 72억원이 들어왔다.

리츠 업계는 신규 자산 편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FN리츠는 지난달 삼성화재 판교사옥을 1258억원에 매입키로 결정하고 자금 마련 등을 위해 다음달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화리츠는 한화생명으로부터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을 8080억원에 인수할 계획으로 오는 11월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신한알파리츠는 지난 6월 GS서초타워 자산 편입을 마쳤다.

리츠 시장 회복 기대감에 따라 국내 첫 토종 인프라펀드 상장도 추진되고 있다.

K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발해인프라펀드(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는 현재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다음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11월 증시에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인프라펀드 상장은 2006년 맥쿼리인프라펀드 이후 18년 만이다. 발해인프라드가 상장에 성공하면 '토종 인프라펀드 1호 상장' 타이틀을 얻게 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