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즙세연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 '아이엠 워킹'(I am WalKing) 영상 캡처
/사진=과즙세연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 '아이엠 워킹'(I am WalKing) 영상 캡처
"미국에서 어떻게 우연히 만나냐. 방시혁 의장, 안면 그거(안면인식장애) 있다는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명 식당을 예약해주고, 가이드를 해준 사실이 알려져 주목받은 BJ 과즙세연의 발언으로 방 의장이 앓고 있다는 안면인식장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방 의장이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 5월이었다. 어도어와 하이브의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어도어 소속 그룹 뉴진스 멤버 부모들이 "방 의장이 뉴진스 아이들의 인사를 안 받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더니 하이브 분들이 '어머님들, 정말 오해시다'라면서 '방 의장님이 안면인식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라고 폭로하면서다.

안면인식장애는 시력이나 시각에도 장애가 없고, 이름을 말하는 것에도 문제가 없지만,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안면실인증으로도 불린다. 뇌의 하부 후두측두엽이 사람의 얼굴 인식을 담당하는데, 이 부위가 손상될 경우 안면인식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병원은 안면인식장애의 원인으로 "뇌경색, 뇌출혈, 외상, 뇌종양 등에 의하여 발생할 수도 있으며, 치매, 알츠하이머병 같은 퇴행성 뇌 질환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다"며 "해마 주위 이랑이나 주변 뇌 영역이 손상되어 얼굴에 대한 기억 저장소와의 연결이 끊어져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면인식장애를 겪을 경우,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만, 전체적으로 조합해 이게 누구의 얼굴인지를 인지하지 못한다. 다만 안면 인식에만 국한된 증상이기에 의복, 목소리 등 다른 정보를 통해 누구인지를 식별할 수는 있다.

방 의장 외에도 배우 오정세, 방송인 박소현, 할리우드 브래드 피트 등도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 의대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33명 중 1명(3.08%)이 안면인식장애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 108명 중 1명이 심각한 안면인식장애 증상을, 47명 중 1명이 가벼운 안면인식장애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추산됐다. 안면인식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

연구의 제1저자인 조셉 데구티스 부교수(정신의학)는 "전 세계적으로 2~2.5%에 영향을 미치는 안면인식장애 진단 기준을 보완하고 강화해 지각 능력을 높이는 인지 훈련 등 조기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내 방역당국 코로나19증후군으로 후각과 미각 상실, 근육통과 관절통, 두통, 설사, 탈모, 쉰소리 등과 함께 안면인식장애를 꼽았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의대 연구팀은 초상화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화가였음에도 코로나19 진단 후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 28세 A씨의 케이스를 바탕으로 코로나19증후군 환자 54명의 안면인식 상태를 검사했다. 그 결과 일반인 대비 눈·코·귀·입 등을 전체적으로 조합해 이것이 누구의 얼굴인지는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안면인식장애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들은 대개 건망증으로 넘기고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악화되면 사물의 인식도 어려워질 수 있어 위험하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있으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신경과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안면인식장애 치료는 그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안면인식장애가 뇌경색이나 뇌출혈에 의한 경우, 각각의 기전에 따른 재발을 막는 것이 주된 치료가 되는 것. 하지만 퇴행성 질환에 의한 경우에는 지금까지 뚜렷한 치료 방법이 밝혀진 것이 없다.

이 때문에 전문의를 찾아 진료와 상담을 받고, 적합한 치료 계획을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치료는 약물 치료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의 조합이 이뤄질 수 있고, 증상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