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조차 안 먹더니…4년 만에 최저가로 폭락한 대두 [원자재 포커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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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 선물 가격이 끝없이 떨어지고 있다.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대두 가격은 2020년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 농무부가 시장의 전망치를 뛰어넘는 기록적인 수확량 전망을 발표한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위축된 수요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대두 수확량은 45억8900만부셸로 추정됐다. 블룸버그통신이 분석가들을 대상으로 추정한 규모보다 2.6% 가량 많다. 미국의 대두 수확 면적이 100만에이커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강우량이 충분한 데다 위협적인 폭염이 제한되면서 대두 수확이 활기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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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확 환경이 좋다 보니 대두 시장은 가격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아처파이낸셜서비스는 "최근 날씨는 대두 수확을 늘리기에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대두 개화율은 약 86% 수준으로 최근 5년 간 평균에 비해 2%포인트 정도 앞서고 있다. 꼬투리 형성률 역시 5년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이다. 미국의 대두 수출 부진과 브라질의 대두 수출 확대 역시 대두 가격을 끌어내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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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대두 가격은 올 들어 20% 이상 떨어진 부셸(1부셸=27.21㎏)당 10.02달러에서 움직였다. 대두 가격 하락세가 불거진 건 지난달 중순 이후다. 2020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부셸당 1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추가 하락 가능성이 부각됐다.

월가의 주요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세계 시장의 공급 조건이 좋은 데다 수출 수요는 약해 대두 가격이 계속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시점에선 4년 만에 처음으로 대두 가격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옥수수, 대두, 밀 선물을 추적하는 블룸버그통신 곡물 하위 지수는 최근 1년 동안 28.60% 급락했다. 주요 원자재 그룹 중 가장 성과가 좋지 않다. 이렇다 보니 대두 선물·옵션 계약에서 트레이더들은 순매도 계약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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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는 사용처가 많다. 두부와 두유의 성분이면서 바이오디젤 등 다양한 산업 응용 분야에서도 쓰인다. 대두는 생산 초기엔 아시아 지역에 생산이 집중됐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캐나다, 파라과이 등이 세계 생산량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우호적인 수확 조건이 대두 가격을 더 떨어뜨릴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에선 수확 면적이 늘고 있고, 브라질의 대두 수확량 추정치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대두에서 가공된 대두유와 대두박의 주요 글로벌 수출국인 아르헨티나의 생산량도 증가 전망이 많다.

이제는 수요 측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대두 수요가 크게 줄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이다. 올 들어 중국이 미국 대두를 사들인 양은 전년에 비해 거의 80% 이상 줄었다.

대두는 돼지 사료의 대표적인 재료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내수가 부진해지면서 돼지고기를 전만큼 소비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대두 시장에 대한 심리가 좋지 않다"며 "중국 수요에 걸었던 희망이 거의 사라졌고, 올 하반기 이후 다시 상황이 반전될만한 요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경기 부양에 불붙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이같은 대두 가격 하락세를 세계 경기에 대한 불안한 신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금을 제외하면 원자재 시장 전반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의 광범위한 하락을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공급 전망이 충분한 가운데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어 트레이더들이 대두 선물·옵션에서 사상 최대 수준의 순매도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며 "가격 수준이 새로운 최저 수준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