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사진=REUTERS
"새 최고경영자(CEO)는 스타벅스엔 기회다. 스타벅스 주가도 9배 못 갈 이유 없다."

이는 스타벅스 주주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누리꾼이 올린 글이다.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의 주가가 CEO 교체 소식만으로 20% 넘게 뛰자 주주들이 환호하고 있다.

단기간 급등한 주가에도 전문가들은 놀라지 않는 분위기다. 지배구조 변화가 기업의 실적과 투자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CEO 교체' 재료를 투자전략에도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간밤 뉴욕증시에서 스타벅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8.87달러(24.5%) 뛴 95.9달러에 장을 마쳤다.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치폴레 멕시칸 그릴의 CEO인 브라이언 니콜을 스타벅스 CEO로 영입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CEO 교체의 여파는 컸다. 하루 만에 지난 6개월 동안의 하락분을 만회한 것이다. 주가가 종가 기준 95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2월23일 이후 처음이다.

반면 수장이 옮겨간 치폴레의 희비는 교차했다. 치폴레 주가는 간밤 4.19달러(7.5%) 하락한 51.68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주주들 사이에서 브라이언 니콜은 실적과 주가를 개선해 줄 '구원 투수'로 여겨진다. 올 들어스타벅스 매출은 고물가와 불매운동 등 여파로 감소세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현지 정부와 군에 자금을 댄다는 주장이 소비자 사이 번지며 불매 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영향으로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 매출이 타격을 입었다. 지난 2분기 동일 매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줄었다. 지난해 3월 랙스먼 내러시먼 CEO 취임 이후 전날까지 스타벅스 주가는 20% 넘게 밀렸다. 해당 기간 미 증시가 강세장을 이어왔음에도 웃지 못한 것이다.

반면 새 CEO 니콜은 '일 잘하는 리더'란 평이 짙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2018년부터 니콜이 치폴레를 이끌면서 재임 기간 치폴레의 이익이 약 7배 늘고 주가는 약 800% 상승했다. 이런 이력 때문인지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CEO도 "브라이언의 리더십에 오랜 기간 감탄해왔다"며 "그가 전환점에 있는 스타벅스에 필요한 리더라고 믿는다.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번 CEO 교체가 행동주의 펀드로부터의 주가 부양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앞서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통해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과 스타보드 밸류가 최근 스타벅스 지분을 확보하고 주가 부양을 위한 경영혁신을 요구해왔단 소식이 시장에 알려졌다. 다만 회사 이사회 측은 "니콜 신임 CEO의 임명이 행동주의 투자자들과의 논의를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확인했다.

스타벅스 주주들은 '뜻밖의' 주가 급등에 잔칫집 분위기다. 엘리엇 펀드가 스타벅스 지분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지난달 19일 제기됐지만 이후 이달 9일까지 주가 수익률은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이들은 포털 등의 종목토론방에서 'CEO 교체가 이렇게나 큰 호재였다니…' '드디어 탈출했다' '치폴레 주가가 니콜 덕에 9배 올랐으니 이젠 스타벅스 차례' '주가 상승은 이제 시작이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증권가는 'CEO 교체' 효과를 주식 투자에 활용하는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주식시장의 대표 격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구성종목 중 약 10%는 CEO가 해마다 교체된다. 이 가운데 새 CEO가 기업의 재평가로 이어진 대표적인 예가 마이크로소프트와 AMD다. 2014년 CEO를 교체한 두 기업은 2년 뒤 시장에서 재평가를 받으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강건승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 활동에 따른 외부 압력이나, 수익성 제고·급변하는 업황 적응을 위한 내부 압력 등으로 경영진이 교체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점차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포함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그 첫 단추로 지배구조의 중심 축인 CEO 교체를 활용한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스타벅스 사례에서 확인됐듯 행동주의 펀드 진입 이후 언제 주가에 변화가 나타날지 알 수 없는 만큼 CEO 교체 등의 단일 재료만으로 베팅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