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더브릿지컴퍼니
사진 제공. 더브릿지컴퍼니
피아니스트 선율(24)은 어렸을 때부터 말수가 많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돼 준 것은 '피아노'였다. "피아노는 말보다 편한 의사소통 수단이에요. 말주변이 없어서 대화하는 것보다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제 모습을 더 꾸밈없이 나타내고 보여줄 수 있는 거 같아요."

피아니스트 선율은 최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 아브라바넬홀에서 열린 지나 바카우어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지나 바카우어 국제 콩쿠르는 반 클라이번, 클리블랜드 국제 콩쿠르와 함께 미국 3대 콩쿠르로 평가되는 이름있는 대회다.

그는 콩쿠르의 파이널 무대에서 코너 그레이 코빙턴의 지휘에 맞추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침착하게 선보였다. 그의 수상 소식이 더 특별했던 건 청소년 심사위원상과 관객이 직접 투표하는 청중상까지 거머쥐며 앞날이 창창한 음악가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였다. 선율은 짧고 간결하게 소감을 남겼다. "음악에 더 집중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겠습니다."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우승 전에도 그는 최근 국제 무대에서 자신만의 선율을 은은히 퍼뜨려왔다. 올해 마리아 카날스 국제 콩쿠르 입상, 지난해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 3위, 비제우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등 수상의 기록이 적지 않다.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를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지난 7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선율은 이날의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하다고 했다.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작품들을 독주회 때 다시 연주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회보다 관객 앞에서 연주하는 것이 더 떨렸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반겨주시고 환호해 주셔서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거 같네요."

선율이 아티스트로서 묵묵히 성장하도록 손을 잡아 준 것은 현대차 정뭉구 재단이었다. 그는 2013년 예원학교 재학중에 이 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프랑스 파리 에꼴 노르말 음악원에 진학할 수 있었다. 선율은 지금까지도 해외진출 장학생으로서 재단과 함께 예술의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 장학생이었던 그가 어느새 금의환향해 재단이 기획한 '온드림' 공연에도 서게 됐다.

"어린시절부터 재단의 도움으로 다양한 아티스트와 함께 온드림 앙상블을 준비하고 경험을 쌓은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많은 지원을 받아 학업도 진행할 수 있었어요. 이번 온드림 협연이 저에게는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5th Viseu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에서 선율 / ⓒde Luís Belo
5th Viseu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에서 선율 / ⓒde Luís Belo
선율은 8월 21일에 전주 소리문화의전당에서 재단의 '온드림 스테이지'를 통해 한경아르떼필과 성공적으로 협연했다. 그가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5번은 스스로도 생소한 곡이었다고. "올해 초 이스탄불에서 열린 콩쿠르에서 결선 무대를 모차르트 곡으로 준비했는데요, 이때 모차르트에 눈을 떴어요. 모차르트 음악의 매력에 빠져 다양한 곡을 접하게 됐고 가장 마음에 든게 15번이었어요. 마침 협연 기회가 생겨 이 작품을 골라봤죠." 이달 6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온드림 아티스트'라는 무대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드뷔시의 프렐류드와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8번 B플랫 장조 op.84를 연주한다.

스물네살 선율이 지금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작곡가의 음악이 있을까?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특별하게 어느 작곡가의 음악을 잘 친다고 할 수는 없어요. 같은 곡이어도 시기에 따라 감정이 다르게 느껴지고 그러면 연주도 달라지거든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8번은 어렸을 때는 정말 싫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제가 가장 좋아하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연주가 됐습니다. 9월 6일 공연에서도 선보일 예정이지요."

선율은 에밀 길렐스와 자신이 사사한 올리비에 갸르동을 가장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로 꼽았다. 그는 "그들의 음악을 듣자면 마치 내가 그 음악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그 분들은 다양한 캐릭터와 감정을 음악속에서 묘사하고 나타내는 능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율은 "저 역시 제 음악을 듣는 분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셨으면 좋겠다"며 "제 음악을 통해 희노애락을 느끼고, 서로 공유하는 날이 오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이 끝나기 전, 선율은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우승으로 주어진 특전인 미국 독주회와 협연이 예정돼 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연주를 들려드리기 위해 학업과 연습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우승 때 말했던 것처럼 음악에 더욱 집중하는 음악가가 되겠습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걸어온 인재 육성의 길
재단은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재능있는 문화예술 인재들을 선발해 학비를 전액 부담해주는 것은 물론 해외 진출 장학금, 국제 콩쿠르 장학금, 글로벌 우수 장학금 등 다방면의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 역량 강화를 위한 지속적이고 체계적 성장 프로그램을 제공해 아티스트의 성장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재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2011년부터 지원한 문화예술 장학생은 2700명. 지원금액은 113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