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출근 시간대 서울 지하철 1호선 / 사진=성진우 기자
14일 출근 시간대 서울 지하철 1호선 / 사진=성진우 기자
"이렇게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마스크 없이 기침하는 사람들 천지죠. 아무리 손으로 입을 막는다고 해도 진짜 기분 찝찝합니다."

지난 14일 시청역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비염을 앓고 있어 호흡기 질환에 각별히 조심한다는 그는 "지인들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주부터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있다"며 "최소한 자기 몸이 이상하다 싶으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지하철에 타는 게 당연한 예의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전파 가능성이 높은 지하철을 타는 시민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기침하는 등 방역 의식이 다소 안일해졌단 지적이 나온다.

마스크 없이 '콜록콜록'…"온 국민 고생한 거 벌써 잊었나"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 전환) 선언 이후 잠잠하던 코로나19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입원 환자는 지난달 초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한 달 새 약 9.5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대량의 인원이 좁은 공간에 밀집하고, 환기도 어려운 지하철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진행한 실험에서도 지하철 내 호흡기 질환 '감염 위험도'가 대형마트의 두 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날 출근 시간대 직접 서울 지하철 1호선(신도림역~시청역)에 탑승해 총 5칸(량)을 확인해보니, 다수 승객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각 칸에 빽빽하게 밀집한 100~120여명의 승객 중 마스크를 쓴 시민은 10%에 못 미쳤다. 일부 승객은 답답한지 플랫폼에서부터 쓰고 탑승한 마스크를 객차 내에서 벗기도 했다.

객차에선 지속해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 승객 오병기(72)씨는 "마스크 없이 기침하는 승객을 자주 본다"며 "코로나가 번져서 온 국민이 고생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당시 상황을 다 잊어버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창 코로나19가 유행하던 펜데믹 때와 달리, 이번에 확진 판정을 받더라도 격리 기간이 없어 더욱 불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20대 직장인 임모 씨는 "방역이 과하게 강화하는 건 바라지 않지만, 최소한 확진 판정 후에도 몸이 괜찮다고 대중교통을 타고 돌아다니는 경우는 막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출근 시간대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 사진=성진우 기자
14일 출근 시간대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 사진=성진우 기자
최근 재유행 중인 코로나가 과거 변이 바이러스 대비 증상이 약하고 치사율이 낮다고 알려졌지만, 상황에 따라 건강한 사람도 충분히 위험할 수 있단 지적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저 질환자·노령층이 아니더라도 백신을 접종한 지 1년이 지났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증상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엄 교수는 "오미크론 이후 치사율은 거의 비슷하므로 그저 감기 수준이라 착각하면 곤란하다"며 "무엇보다 누군가는 폐렴에 걸리거나 사망에 이르게 될 수 있는 병이다. 증상에 앞서 '전염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방역 수준이 '관심 단계'에서 격하됐다고 해도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 준수는 매우 중요한 권고 사항"이라며 "현재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마스크 착용 권고를 포함한 예방 수칙을 국민들께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한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