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에 서울 올림픽 선수촌 같은 단지가 생긴다.

입지가 우수하고 밀도가 낮아 재건축에 유리한 만큼 이주주택으로 활용 후 분양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이주 대책이 담긴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방침을 14일 공개했다. 해당 방침은 노후계획도시 정비·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토부 장관이 10년 단위로 수립하는 정책 방향이다. 전국 노후계획도시 기본계획 수립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이번 방침은 특별법 시행 이후 최초로 수립되는 것으로, 대규모 택지를 정비하는 데 따르는 이주 대책 등 구체적인 방법론이 포함됐다. 국토부는 이날부터 오는 9월 12일까지 해당 방침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조회를 실시하고, 의견 수렴 등을 거쳐 10~11월 중 기본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 계획대로 1기 신도시 정비가 진행되면 올해 11월 선정되는 선도지구 최대 3만9천가구를 시작으로 2027년부터 10년간 해마다 2만∼3만가구의 이주 수요가 생긴다. 이에 따라 정부는 1기 신도시 정비 과정에서 지역 내 영구임대주택 재건축을 함께 진행해 이주주택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1기 신도시 내 영구임대주택은 분당 4개 단지 5,800가구, 일산 3개 단지 2만3천가구, 중동 2개 단지 1만9천가구, 산본 3개 단지 3만4천가구 등 총 1만4천가구에 달한다. 이를 임대와 분양 등 다양한 유형의 이주주택으로 먼저 공급한 뒤 분양주택의 경우 리모델링을 통해 재분양하는 사업 모델이 검토된다. 사실상 서울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처럼 활용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는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때 180일가량 선수단 등의 숙소로 쓰인 뒤 리모델링 후 분양됐다.
1기 신도시 영구임대, '올림픽 선수촌'처럼 재건축
다만 이런 영구임대 재건축 단지는 '선도지구' 이주주택으로는 활용되지 않는다. 1기 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착공에 들어갈 선도지구는 오는 2027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안에 영구임대 재건축을 마무리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신도시 안팎의 유휴 부지를 확보해 이주주택을 짓고, 인근 공공택지 물량도 활용하기로 했다.

이주 목적으로 전셋집을 구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각종 금융 지원도 따른다. 통상 이주비 대출은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해당 주택을 담보로 실행이 되는데, 이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70% 한도 내에서 보증을 서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담보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주택연금을 분담금 납부 목적으로 개별 인출할 수 있다. 인출 한도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됐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는 세입자라면 미래도시펀드가 출자한 이주지원리츠에서 이주비와 이주공간 대여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주 수요를 조절하는 '허용정비물량' 제도도 도입된다. 주택시장 모니터링을 거쳐 이주 수요 대비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는 실착공 물량을 조절한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의 관리처분계획이 본격 인가되는 2026년부터 허용정비물량의 조정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국토부는 중동과 산본 신도시의 정비사업 기본계획도 공개했다. 중동 신도시는 현재 평균 용적률인 216%보다 높은 기준 용적률 350%가 제시됐다. 이를 통해 기존 5만8천가구에서 2만4천가구가 추가로 공급된 8만2천가구 규모로 다시 태어날 전망이다. 산본 역시 용적률 207%에서 330%로 상향, 4만2천가구에서 1만6천가구의 주택이 추가로 공급된 5만8천가구 규모의 신도시가 된다.

국토부는 평촌(안양시), 분당(성남시), 일산(고양시)도 이달 말 부터 순차적으로 기본계획을 공개하고 주민공람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우진 국토부 도시정비기획단장은 "전국 111개 노후계획도시가 기본계획 수립과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작업을 본격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광역교통과 이주대책 등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방서후기자 shb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