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그랑자이'.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그랑자이'.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 가격이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 등의 내용이 담긴 ‘8·8 공급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인 분위기다.

한 달 만에 집값 2억 껑충…집주인들, 정부 대책에 코웃음

대표적인 지역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으로 꼽히는 마포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그랑자이' 2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9일 18억6700만원(12층)에 거래됐다. 2단지 동일 면적의 직전 거래가는 지난달 기록한 18억5000만원(12층)이다. 연초만 하더라도 14억원 중반에 거래된 면적이지만, 서울 아파트 공급부족이 가시화하고 가격이 뛰면서 4억원가량 올랐다. 1단지 전용 84㎡ 가격은 이미 20억원을 넘어섰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만 집값이 2억원 뛴 곳도 있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는 이달 3일 21억8500만원(13층)에 신고가를 썼다. 지난달 27일 21억8000만원(10층)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경신하고 약 일주일 만에 재차 가격을 높였다. 이 면적이 6월 29일 19억9000만원(22층)에 팔린 것에 비하면 한 달 만에 2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염리동 개업중개사는 "일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높이고 있다"며 "휴가 기간이라 문의가 줄었는데도 신고가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포자이힐스테이트라첼스'를 제외하면 향후 10년간 인근에 대단지 공급이 없다"며 "마포프레스티지자이 한강뷰 RR(로얄동·로얄층) 매물 호가는 25억원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너머로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가 보이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고등학교 너머로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가 보이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도 전용 84㎡도 지난 12일 23억원(17층)에 신고가를 경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8일 22억원(14층)에 신고가를 쓴 지 한 달 만이다. 용강동 개업중개사는 "매수세가 많다고 하기보단 매도자 우위인 상태"라며 "매물이 몇 없고 그나마도 호가를 계속 올리다 보니 거래가 성사될 때마다 신고가를 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실거래가는 아직 신고되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과열 조짐을 보인다. 7월은 휴가철로 인해 통상 아파트 거래 비수기로 평가받고 아직 거래 신고 기한도 2주 남았지만,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서 7월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14일 벌써 7503건을 기록하며 전월 7464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1866건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이미 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신고 마감 시점에는 9000건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택 공급, 빨라야 10년 뒤"…"토허제 지정하면 더 오른다"

정부는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집값 상승세를 억누르기 위해 지난 8일 주택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기존 추진하던 재개발·재건축 사업 속도를 올리는 한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서울 인근에 신규 택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정부 대책이 도리어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흥동 소재 한 개업중개사는 "그린벨트를 풀어봤자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려면 최소 10년 이후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라며 "당장 공급될 주택이 없다 보니 집주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개업중개사는 "재개발·재건축을 촉진한다면 기존에 답보 상태이던 도심 재개발이나 구축 아파트가 수혜를 볼 것"이라며 "인근 재개발 예정지에 대한 문의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에 개발제한구역 팻말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에 개발제한구역 팻말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을 검토하고 나섰다. 대상 지역으로는 마·용·성과 서초구 반포동 등이 거론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토지를 거래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아파트의 경우 실거주 요건이 생기면서 외지인의 투자가 어려워진다.

다만 시장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엿보인다. 일선 개업중개사들은 시장의 매수세가 대폭 늘어나진 않았으며, 현재 가격 상승세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호가를 올린 영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집주인이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호가를 높이기에 실거래가도 따라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요를 제한하더라도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도 집값 상승세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미 시장에서 강남 3구와 마용성에 투자해야 한다는 확신이 퍼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역을 지정해도 투자 수요를 모두 차단하진 못한다. 향후 가치가 오를 유망지라고 홍보해 매수세가 더 몰리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