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제1바이오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제1바이오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회계기준을 누락했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반발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요구 등 취소 청구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업보고서 거짓기재 보고 등 일부 회계 처리는 정상적으로 보기 어려워 처분 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정되지만, 인정되지 않은 처분 사유도 함께 존재한다는 점에서 전부 취소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2011년부터 적자에 시달리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직전인 2015년 자회사 회계 처리 기준 변경으로 갑자기 1조9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과정에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중징계를 의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고 2015회계연도에 이 회사 지분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근거 없이 바꾸는 등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판단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제재에 반발해 2018년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별개로 해당 처분에 대한 효력을 임시로 중단해달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증선위의 처분으로 인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필요가 있다"며 처분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중지했다.

1심 재판부의 결론은 증선위의 분식회계 판단에는 일부 수긍하면서도, 변경 이전의 회계처리에는 문제가 없었던 만큼 이를 모두 포함해 내린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분식회계·허위 공시 의혹 등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한 것과 결이 다른 모습이다. 당시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는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탐색해 나갔던 것으로 보인다"며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편 2차 제재와 별개로 증선위가 2018년 7월 삼성바이오에 내린 '1차 제재'에 대해 제기한 불복 소송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차 제재는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바이오젠사에 부여했지만, 일부러 공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정됐다.

'1차 제재' 사건의 1심 재판부는 2020년 9월 "1차 처분은 2차 처분에 흡수 합병됐다고 할 성격의 것으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취소한다"며 역시 삼성바이오의 손을 들어줬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