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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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과 아이 돌봄을 제공하는 가사관리사 시장이 전일제 고용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파트타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월 300만원 이상으로 올라간 입주 가사도우미 비용에 부담을 느낀 젊은 부부들이 플랫폼을 일정 시간만 이용하는 ‘쪼개기 고용’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서다.

○몸집 불리는 가사·돌봄 플랫폼

'알바 이모'도 앱으로…가사·돌봄 플랫폼 뜬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사·돌봄 플랫폼 종사자는 5만2000명으로 2021년 2만8000명에 비해 무려 86% 급증했다. 가사·돌봄 플랫폼 종사자는 통계청이 분류하는 가사·육아 서비스 종사자(2023년 기준 10만5000명)의 절반에 달한다. 범위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플랫폼에는 돌봄 서비스 중개(맘시터, 자란다)와 청소 플랫폼(청소연구소) 말고도 세탁 대행 플랫폼(런드리고, 세탁특공대), 심부름·알바 플랫폼(해주세요) 종사자 등 새로 생겨난 일자리를 포함하고 있다.

가사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해결하는 이용자는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30·4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2022년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가사 플랫폼 이용자의 60%가량이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사 플랫폼은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가사서비스 중개 플랫폼 미소에선 작년 4분기에만 이용자 90만 명이 종사자 8만 명(연결 건 수 기준)과 연결됐다. 청소 앱 ‘청소연구소’를 운영하는 생활연구소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고, 베이비시터와 부모를 연결해주는 ‘맘시터’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2600억원에 달했다.

○비용 부담에 ‘쪼개기 고용’ 선호

가사 중개 앱을 활용하면 특정 필요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어 훨씬 경제적이라는 게 이용자들의 설명이다. 6세 자녀를 둔 정모씨(39·경기 성남시)는 “이용 중인 아이 돌봄 서비스가 시간당 1만4000원, 청소 서비스는 한 번에 5만원 정도여서 한 달에 총 60만원가량 지출한다”며 “부부 모두 야근해 아이 하원을 챙기지 못할 때만 쓸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아이 돌봄과 가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입주·전일제 가사도우미 비용은 최근 서울 시내 기준으로 월 300만~400만원 선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사·육아도우미 비용은 하루 10시간 기준 월평균 264만원에 달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한 사람분의 임금을 고스란히 써야 하는 구조다.

그동안 ‘조선족 이모님’이 독점하다시피 하던 전일제 가사도우미 시장은 코로나19 시기 신규 공급이 한 차례 끊긴 후 임금이 크게 뛰었다. 지역별로 암묵적인 담합도 적지 않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젊은 부부들이 더욱 경제적인 플랫폼 활용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가사 플랫폼 이용 고객은 최근 중장년층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가전 청소와 세차, 전문가 돌봄 등 특수 서비스로 영역을 넓힌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정해진 가격으로 예약도 할 수 있다. 직장인인 40대 임모씨는 “얼마 전 아내의 해외 출장 중 갑작스레 주말 출근을 해야 해 보육교사 학습 돌봄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크게 만족했다”고 말했다.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플랫폼의 인력풀이 조만간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면 수익은 줄 수밖에 없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사·육아 서비스 전체 종사자는 △2021년 12만1000명 △2022년 11만4000명 △2023년 10만5000명으로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가사도우미들이 플랫폼으로 넘어오고 있지만, 신규 인력을 구하기 점차 어려워지고 플랫폼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다빈/정희원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