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경기 분당, 일산, 산본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위한 첫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신도시 내 영구임대주택을 이주 주택으로 재건축하는 등 2027년 첫 착공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일산신도시 일대 아파트 단지. 최혁 기자
정부가 14일 경기 분당, 일산, 산본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위한 첫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신도시 내 영구임대주택을 이주 주택으로 재건축하는 등 2027년 첫 착공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일산신도시 일대 아파트 단지. 최혁 기자
정부가 경기 분당, 일산, 산본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 때 이주민의 임시 거처를 확보하기 위해 지역 내 영구임대주택 1만4000여 가구를 재건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정 용도(선수 숙소)로 활용한 후 일반에 분양한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촌 아파트처럼 분양주택을 2~3년간 이주 단지로 사용한 뒤 리모델링을 거쳐 공급하는 방식도 선보인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의 재건축 마스터플랜인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방침’을 공개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상세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참고하는 가이드라인이 처음으로 제시된 것이다. 국토부는 지자체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오는 10~11월 기본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주 대책을 마련해 2027년 첫 착공이란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2만~3만 가구 이주 수요 발생

영구임대 1.4만가구 재건축…1기 신도시 이주민 품는다
마스터플랜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이주 대책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착공에 들어가는 2027년부터 10년 동안 연간 2만~3만 가구의 이주 수요가 발생한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까지 이들이 머무를 공간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으면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주변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별도의 ‘이주 주택 타운’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정비모델을 토대로 다양한 양질의 이주 공간을 내놓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인근 공공택지 물량을 활용하고 지역 안팎의 유휴부지를 확보해 이주 주택을 지을 방침이다. 통상 정비사업에서 이주 주택은 공공임대 형태로 공급한다. 하지만 1기 신도시에선 공공과 민간이 임대, 분양 등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유형을 선보일 예정이다. 준공 후 2~3년 정도를 이주 수요 흡수 목적으로 사용한 뒤 도배와 수리 같은 리모델링을 거쳐 일반분양하는 이른바 ‘올림픽선수촌 모델’을 검토한다.

국토부가 올해 6~7월 1기 신도시 주민 29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3.3%가 다른 도시가 아니라 지역 내 이주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에 지역 내에 있는 영구임대주택 1만4000가구(13개 단지)를 허물고 고밀도로 정비해 가구 수를 늘린 뒤 이주 단지로 활용하는 계획을 내놨다.

○“영구임대 주민, 재입주 지원”

일각에선 기존 영구임대주택 거주자가 이주를 원하지 않으면 사업이 지연될 수 있고, 자칫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영구임대 주민이 생활권을 벗어날 때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근처에 이들의 이주 거처를 마련할 것”이라며 “재입주를 위한 물량을 확보할 예정이라 오히려 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이 부담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을 별도로 확보해 재건축 후 임대료 상승으로 영구임대 주민이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겠다는 얘기다.

앞서 ‘8·8 주택공급대책’을 통해 도입하기로 한 분양전환형 신축매입주택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매입하는 미분양 주택 등도 이주 주택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는 1기 신도시 이주민을 대상으로 금융지원 정책도 선보일 예정이다. 만약 이주 수요 대비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수요를 조절하는 ‘허용정비물량 제도’를 활용할 방침이다. 주택시장 모니터링을 거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는 실착공 물량을 조절하겠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또 지자체와 협의해 수요예측 기반의 광역교통개선 방안을 기본계획에 반영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교통 대책 마련을 위해 한국교통연구원 등을 통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용적률을 법정 상한의 150%까지 올릴 수 있고, 사안에 따라 용도지역 변경 등 특례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공원·녹지 확보 비율, 건폐율, 건축물 높이 등 규제 완화도 가능하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