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등에 대한 폭격을 언급하고 나서면서 중동 화약고의 일촉즉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등은 가자지구 휴전 협상 타결을 추진하고 있지만 협상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미국은 이란에 원유 수출 제한 조치를 검토하는 등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 국영방송 프레스TV는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 있는 정보기관 모사드가 이란의 보복 폭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자체 분석을 근거로 들면서 이스라엘의 정치 관련 기관이나 군사 관련 본부가 주요 타격 대상이지만 지난달 말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 지도자 암살에 직접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사드가 우선 순위에 올랐다고 했다. 이스라엘도 텔아비브에 있는 정보기관과 군 관련 기관들이 본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프레스TV는 이스라엘군이 지하에 설치한 지휘 시설과 텔아비브 외곽 지역 군사 시설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지하 지휘 시설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이 방송은 “U자 모양 테이블과 평면 TV 스크린이 설치된 장소에 매주 군 고위급이 모여 작전을 논의한다”며 “단거리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는 대비돼 있지만 장거리 탄도미사일 대비는 부족하다”고 했다. 정보 수집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보도로 해석된다.

대외적인 강경 노선과 별개로 이란 내부에서는 가자 휴전을 보복 중단의 계기로 삼으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이란 고위 당국자 3명을 인용해 가자 휴전 협상에서 도출되는 합의만이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을 자제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정치 분석가 사에드 레이라즈는 로이터통신에 이란 지도자들이 인센티브를 얻고, 전면전을 피하며, 지역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가자 휴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도 이 부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타결되면 이란이 보복 공격을 보류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내 예상”이라고 답했다.

미국은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블링컨 장관 외 참모들을 이집트·카타르·레바논으로 파견하는 한편 이란의 석유 수출길을 막는 방법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국무부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이란이 역내 긴장을 높이는 상황에서 이란의 현금흐름을 압박하기 위해 새로운 노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