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장기업의 올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1%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길었던 엔저 국면이 전환되는 움직임인 데다 미국 경기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 등이 기업 실적에 짐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에 상장된 약 1060개사의 예상 실적을 집계한 결과 “이번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상장사 순이익은 작년 대비 1% 감소한 46조4970억엔(약 492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21%) 철강(-20%) 전력(-44%) 석유(-32%) 등이 고전하고 전기(14%) 기계(6%) 화학(28%) 등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익 부진의 요인 중 하나는 엔저 효과의 퇴색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우량기업의 순이익이 이번 회계연도에 4년 만에 감소하는 이유로는 엔화 반등과 미국 경제의 어두운 전망 등이 꼽혔다”고 했다.

일본 기업의 연간 수익 전망에서 기준으로 삼은 환율은 달러당 약 145엔이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엔·달러 환율은 이달 초 달러당 141엔까지 떨어졌다(엔화 가치는 상승). 지난 9일 기준 58개 주요 기업은 환율 효과로 인해 연간 영업이익이 100억엔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엔저 효과를 누린 지난 회계연도 같은 기간의 2조엔 증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스바루는 엔저 전환으로 인해 올해 순이익이 282억엔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바루의 2023회계연도 이익은 1265억엔이었다. 스바루는 기준 환율을 달러당 142엔으로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미즈마 가쓰유키 스바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의 큰 (환율) 변동성을 고려할 때 추가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도 또 다른 변수다. 자동차 제조업체는 재고가 급증하면서 판매 인센티브 비용이 늘고 있다. 후지무라 에이지 혼다 경영임원은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신호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다만 일본 경제가 급격히 둔화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니혼게이자이는 “현재로서는 기업 이익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연간 순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기업은 96곳으로 전체의 약 9%다. 이는 지난 2년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 기업은 총 전망치를 7100억엔가량 높였다. 도쿄일렉트론과 어드반테스트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칩 제조 장비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유센과 미쓰이OSK라인스 등 해운업체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마사히로 이치카와 미쓰이스미토모DS자산운용 전략가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고 엔화가 달러당 140엔대 초반에 안착하면 실적 상향 조정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