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장관' 임명한 태국 총리 해임됐다
태국 헌법재판소가 14일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사진)의 해임을 결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이날 세타 총리가 ‘뇌물 스캔들’로 징역형을 받은 인사를 장관으로 기용한 것은 ‘위헌’이라는 일부 상원의원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세타 총리는 취임 1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헌재는 “유죄판결을 받은 변호사를 내각 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헌법상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윤리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한 일”이라고 판결했다.

세타 총리는 지난해 5월 총선 이후 제1당으로 부상한 탁신계 프아타이당 측 인사다. 세타 총리는 태국 정계 거물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측근인 법조인 피칫 추엔반을 지난 4월 총리실 장관으로 임명했다가 위헌 시비에 휘말렸다. 피칫은 과거 탁신 전 총리 부부의 토지 소송을 변호하던 중 대법원 관계자에게 200만밧(약 7800만원)을 뇌물로 전달하려다가 발각돼 2008년에 6개월 징역형을 받았다.

과거 군부 정권이 임명한 상원의원 40명은 5월 피칫 장관 임명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세타 총리와 피칫 장관을 해임해달라고 헌재에 청원했다. 논란이 일자 피칫 장관은 사임했고 헌재는 세타 총리 해임 건만 다뤘다.

헌재가 7일 태국 제1당 전진당(MFP)에 대해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이 입헌군주제 전복 시도로 간주된다며 해산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총리에게도 해임 결정을 내리면서 정국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세타 총리가 축출되면 전체 500석의 태국 의회가 소집돼 새로운 총리를 선출해야 한다. 지난 20년간 쿠데타와 총리 불신임 투표로 인한 내각 해산 판결로 정치적 혼란을 겪어온 태국이 더 큰 격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치적 혼란과 지난 10년간 연 2% 미만에 그친 경제성장률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태국 금융시장을 떠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태국 벤치마크 지수인 SET지수는 지난 1년간 글로벌 증시 중 최악의 성적을 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