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마련된 전쟁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호국 영웅들의 희생정신을 기릴 전시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최혁 기자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마련된 전쟁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호국 영웅들의 희생정신을 기릴 전시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최혁 기자
“전쟁을 단지 아픈 과거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역사로 바라보게 하고 싶습니다.”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은 지난 14일 전쟁기념관 운영 철학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 자리 잡은 전쟁기념관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개관한 연면적 8만9260㎡에 이르는 대규모 전시관이다. 호국추모실, 6·25전쟁실, 대형장비실 등 옥내 전시실 6개와 대형 무기들이 전시된 옥외전시실로 구성됐다. 총 3만3000여 점의 소장 유물 중 95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전쟁기념관 운영 및 사업 기획을 총괄하는 백 회장은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을 거쳐 국방부 차관,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작년 4월부터 전쟁기념사업회 회장으로 부임했다.

3년의 임기 중 절반을 보내온 소회를 묻자 그는 “호국 영웅들의 숨결이 깃든 곳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기는 일을 도맡은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남은 임기 동안 다양한 문화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주최해 우리 국민에게 전쟁기념관을 더 널리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기념관 내부 명소로는 본관 좌우 회랑에 디귿(‘ㄷ’)자 모양으로 세워진 국군 전사자명비를 꼽았다. 이 명비에는 창군 이후 전사한 국군과 경찰 약 17만 명, 6·25전쟁 당시 전사한 유엔군 전사자 4만 명 등 총 21만 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백 회장은 “매일 사무실로 출근할 때마다 이 명비를 지나서 온다”며 “수많은 이름을 찬찬히 읽어보면서 참전용사들에 대한 존경심을 느끼고 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매번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기념관을 찾는 관람객에게 ‘전쟁의 거룩함’을 느끼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호국 영웅들은 6·25전쟁이 단지 우리 역사의 아픈 상흔으로 기록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기념관에 전시된 유물을 관람하면서 전쟁을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나아간 역사의 위대한 순간으로 기억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남은 1년 반의 임기 동안 백 회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디지털 아카이빙’이다. 2022년 시작한 ‘6·25전쟁 아카이브’ 사업을 확장해 국내외 대학교수 및 연구자 등이 모일 수 있는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전쟁기념관의 아카이브 사업은 전 세계에 흩어진 6·25전쟁 관련 자료를 한곳으로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는 5개년 사업이다.

백 회장은 “온라인 시스템을 고도화해 이용자의 적극적인 아카이빙 참여를 도모하고 싶다”며 “전 세계 이용자가 하나의 플랫폼에 모여 대한민국의 역사를 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카이빙 사업은 공공외교의 일종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념관은 국민을 위한, 국민이 언제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모든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쟁에 대한 역사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집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