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입성에 실패한 기업이 잇따라 기업공개(IPO) 재도전에 나섰다. 회사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다지고 주관사를 바꾸는 등 절치부심하며 상장 채비를 마쳤다. 투자자들 관심은 높다. 다만 공모주 열기가 식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미국 대선 및 전쟁 등 국내외 정치적 이슈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돼 공모주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PO 재도전하는 기업들

절치부심 'IPO 재수생'…공모주 열기 살릴까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에 이어 SGI서울보증이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며 상장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했다가 공모주 시장이 움츠러들자 상장을 철회한 기업들이다. 실적은 그사이 개선됐다. 케이뱅크는 상반기 순이익 854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241.6% 증가했다. 구주 매출 100%인 공모 구조 등이 발목을 잡은 SGI서울보증은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배당주 매력을 앞세우겠단 계획이다. 이 회사는 최근 12년간 평균 50%가 넘는 배당 성향을 유지했다.

중소형사의 코스닥시장 상장 재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2차전지 검사 솔루션 전문기업 피아이이가 대표적이다. 대형 스팩인 하나금융25호스팩과 합병 상장을 추진하다가 스팩 주주총회에서 주주 반대로 무산된 곳이다. 이번엔 일반 상장으로 도전한다.

앞서 거래소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곳들도 올해 IPO 공모에 뛰어든다. 코넥스시장 상장사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은 이르면 이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시장 공모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2021년 코스닥시장 상장에 도전했으나 거래소 심사를 넘지 못해 자진 철회를 선택한 곳이다. 희소질환 진단 기업 쓰리빌리언도 2022년 거래소 심사 문턱에서 자진 철회했다가 2년 만에 재도전에 나서 지난달 말 거래소 심사를 통과했다.

이들은 대표 주관사도 바꾸며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케이뱅크는 대표 주관사를 NH·씨티증권·JP모간에서 NH·KB·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변경했다.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은 한국투자증권에서 미래에셋증권으로, 피아이이는 하나증권에서 삼성증권으로 파트너사를 바꿨다.

○흥행 불패 공식 깨진 IPO 시장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IPO 투자 광풍이 진정세로 들어선 점이 변수로 꼽힌다. 상반기엔 상장만 하면 첫날 ‘따블’ ‘따따블’ 등 공모가 대비 2~4배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이런 불패 공식이 깨졌다. 상장 첫날 치솟던 주가도 이젠 보기 어려워졌다. 이노스페이스, 엑셀세라퓨틱스, 뱅크웨어글로벌 등은 상장 첫날부터 내리 공모가를 밑돌았다. 7월 이후 신규 상장한 IPO 기업 9곳 가운데 7곳의 주가(지난 14일 종가 기준)가 공모가 아래를 나타냈다. 평균 주가 수익률은 -18.1%로 집계됐다.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상장 첫날부터 주식을 매도해 주가 하방 압력이 더욱 커졌다. 우주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의 상장 첫날 코오롱인베스트먼트와 산업은행 등은 매도 가능한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최석철/배정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