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를 앞세워 유휴 부동산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5성급 호텔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짓고 있는 호텔이 내년 문을 열면 땅값이 비싼 서울 요지에 5성급 호텔을 5개나 보유하게 된다. KT의 5성급 호텔 수는 서울 기준으로 롯데(3개, 소공동 호텔롯데·잠실 롯데호텔월드·시그니엘서울)와 신세계(3개, 소공동 웨스틴조선·조선팰리스 서울 강남·JW메리어트 서울)를 이미 앞질렀다. KT가 옛 전화국 부지 등을 개발해 건물을 지어 글로벌 브랜드를 잇따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면서 국내 호텔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에 5성급만 다섯개…'호텔 큰 손' KT
1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KT에스테이트 주도로 공사가 진행 중인 자양동 옛 KT강북지역본부 자리에 글로벌 호텔 체인 아코르의 브랜드 앰배서더 풀만이 내년 들어선다.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바로 옆이어서 접근성이 뛰어나다. 광진구엔 비스타워커힐, 그랜드워커힐 등 5성급 호텔이 2개 있지만, 지하철역이나 도심과는 거리가 먼 게 단점이다. 앰배서더 풀만이 영업을 시작하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KT는 2014년 서울 역삼동 영동전화국 부지에 건설한 건물에 신라스테이를 들이면서 호텔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 임대 방식이었지만, 호텔 시장이 커지자 글로벌 호텔 사업자에게 운영을 맡기고 위탁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을지전화국 부지를 개발해 2018년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5성급)을 들였고, 이듬해 신사전화국 부지엔 안다즈 서울 강남(5성급)을 유치했다. 2021년엔 송파전화국 부지에 지은 건물에서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5성급)이 영업을 시작했다.

가장 최근인 2022년에는 명동전화국 자리에 메리어트 계열의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5성급)과 목시 서울 명동(3성급)을 오픈했다. 하얏트 계열의 안다즈, 아코르 계열의 소피텔, 메리어트 계열의 목시는 KT가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왔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KT가 각각 다른 브랜드의 호텔체인을 유치해 국내 호텔시장의 다양성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서울에 보유한 부지가 더 있는 만큼 KT의 동향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업 확장에 따라 KT에스테이트의 호텔 부문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0년 297억원이었던 KT에스테이트의 호텔 부문 매출은 2021년 497억원, 2022년 1279억원, 2023년 1836억원으로 늘었다.

KT의 호텔사업 확대는 다목적이다. 지역별로 요지에 자리 잡은 기존 전화국 땅을 활용하면 개발이익에 더해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부터 안정적인 위탁 수익도 얻을 수 있다. 특급 호텔을 들이면 해당 건물의 자산 가치도 크게 상승한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입지와 상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호텔로 개발할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KT의 정보기술(IT)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호텔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 꼽힌다.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는 국내 호텔 가운데 처음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됐다. KT의 AI 음성 인식 플랫폼 기가지니 인사이드를 활용해 고객 문의에 실시간으로 응대하는 AI 컨시어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