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기사는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과 기사는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수시 컨설팅을 찾는 학생이 예년 대비 30% 이상 급증했습니다. 7월 말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모든 자리가 마감돼 현재는 상담할 수 있는 인력이 아예 없습니다.”(대형 학원 관계자)

올해 의대뿐만 아니라 무전공 선발 인원까지 확대되면서 수험생들이 수시 지원 방향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통상 9월 수시철 직전인 이맘때는 상당수 수험생과 학부모가 6장의 수시 원서를 낼 학교와 학과 선택을 위해 ‘수시 컨설팅’을 찾는다. 수능과 달리 학교별 내신으로는 전국 석차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이 컨설팅을 제공하지만 올해는 입시제도가 급변하면서 학부모들이 사설업체 컨설팅에 의존하는 현상이 더 심해진 모습이다.

○무전공 확대에 입시 현장 혼란

수시 컨설팅 1시간 60만원…"없어 못들어요"
15일 교육부의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 계획’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과 국립대 73곳은 3만7935명(28.6%)을 무전공 선발로 모집한다. 작년(6.6%) 대비 4.3배 늘어난 규모다.

무전공 학과 인원이 증가한 만큼 일부 과는 정원이 줄면서 예년과는 완전히 다른 입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예년 데이터를 가지고 지원할 대학을 결정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예컨대 올해 무전공으로 280명을 선발하는 성균관대는 공학계열에서 80명, 경영학과에서 31명, 전자전기공학부에서 30명이 줄었다. 합격선이 다른 40여 개 학과에서 무전공이 적용되면서 과거 입시 결과를 활용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불안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사설업체를 찾아 입시 컨설팅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 잘 알려진 A실장의 상담 신청은 1시간 60만원으로 시세보다 두 배 이상 비싸지만, 공지 반나절 만에 마감됐다. 현재는 정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대기도 받지 않는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고교 3학년 학부모는 “컨설팅을 여러 곳에서 받은 후 겹치는 곳에 원서를 넣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학교 교사들도 학생 입시 지도에 애를 먹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원 규모가 큰 무전공을 지원하거나 규모가 작아진 다른 과에 지원할 때 과거와 다른 기준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무전공은 문·이과를 통합 선발해 비교적 내신에서 불리한 문과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학원뿐 아니라 공립학교에서도 역대 입시 데이터 분석을 요청한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고1~2는 의대용 생기부 컨설팅

고교 1~2학년 사이에서는 수시 전형에 쓰이는 학교생활기록부를 관리하기 위한 ‘생기부 컨설팅’이 성행하고 있다. 컨설팅업체들은 생기부의 ‘세특’(세부능력과 특기사항)란에 기재되는 활동을 학생 대신 계획해준다. 과제에 쓰일 논문을 업체에서 직접 찾아주기도 한다. 한 유명 학원은 이런 관리를 한 학기 해주는 데 300만원을 받는다. 이렇게 5학기 이상을 생기부 관리에 쓰게 되는 셈이다.

의대 진학 기회가 확대되면서 최상위권도 생기부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대 의대, 이공계열, 인문계열 출신 연구자가 집필했다는 생기부 작성 지도 전자책은 가격이 권당 75만원에 달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입시 컨설팅 현상이 수시전형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학생의 정성적인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수시제도에서도 이같이 돈을 주고 ‘역량을 사는’ 행태가 흔해지고 있다”며 “입시에 관여하는 공교육 교사들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