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시장에 큰 충격을 주자 그 규모를 두고 추정이 분분하다. 계산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수백조원에서 수경원까지 널뛴다. 왜 이렇게 해석 간 편차가 클까.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은 지난 9일 SNS에 “(BIS에)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를 추정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BIS가 내놓은 국제 은행 통계를 바탕으로 2022년 달러화가 엔화 대비 강세로 돌아서자 엔화 대출 수요가 증가했다며 외화 표시 엔화 신용공여액(대출 및 예금 형태)이 지난 3월 말 기준 40조엔(약 370조원)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신 보좌관은 “이는 언론에서 거론하는 것보다 다소 적은 수치”라며 “40조엔이 모두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엔화를 빌리거나 엔화 예금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전부 캐리 트레이드를 위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장부에 표시되는 엔 캐리 트레이드는 40조엔보다 작을 것이라고 그는 추정했다.

문제는 장부에 표시되지 않는 종류의 캐리 트레이드다. 신 보좌관은 “이보다 중요한 것은 장부상 거래가 캐리 트레이드의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외환(FX) 스와프를 대표적 예로 꼽았다. 달러를 주고 만기가 될 때 엔화로 상환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으면 엔화 대출을 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안전한 엔화 자산에 해당 자금을 투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달러 제공자가 헤지되지 않은 엔화 상환 의무를 지게 되며, 이같이 숨은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상당할 수 있다는 과거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신 보좌관은 “달러와 엔화 간 FX 스와프 규모는 14조달러(약 2경원)가량이고 이 중 외국인이 공식 자산으로 보유한 것은 약 1조달러(약 1360조원)”라면서 이 차이가 크며, 이를 정확히 계산하려면 더 나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20조달러를 거론하기도 한다.

엔 캐리 트레이드 주체를 더 넓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제로금리 정책을 펴는 일본 정부가 해외에 투자한 모든 자금이 엔 캐리 트레이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일본 정부 전체가 거대한 캐리 트레이드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