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글로벌 통화 긴축 시대가 오는 9월 막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미국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일단락하고 3년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을 100%로 보고 있다. 먼저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유럽연합(EU)과 중국 역시 부진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통화 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 초점, 물가에서 침체로

"인플레 가니 침체 걱정"…유럽·중국, 美보다 앞서 피벗
시장조사업체 매크로마이크로는 15일 각국 금리 선물시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말까지 현재 연 5.25~5.5%인 기준금리를 1.03%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달 전보다 0.3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0.91%포인트, 영국 중앙은행은 1.28%포인트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9월 Fed 금리 인하는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올 상반기 내내 3%대를 유지하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지난달 2.9%로 둔화해 2%대로 안착하면서다. 변수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이냐 ‘스몰컷’(0.25%포인트 인하)이냐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채권 시장은 빅컷과 스몰컷 가능성을 각각 25.5%, 74.5%로 봤다. 시장이 7월 물가 지표를 통해 완만한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을 확인하면서 경기 침체보다는 연착륙에 무게를 둔 결과로 해석된다. 스콧 앤더슨 BMO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Fed의 지속적인 진전을 보여준다”며 “더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먼 이야기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 6월 미국보다 먼저 통화 정책을 전환한 ECB는 9월 또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엔진으로 불리는 독일을 중심으로 경기가 빠르게 식어가기 때문이다. 유럽경제연구센터는 독일 경제심리지수가 7월 41.8에서 8월 19.2로 급락했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유로존 경제심리지수도 43.7에서 19.7로 떨어졌다. 같은 날 발표된 로이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 80% 이상은 ECB가 9월과 12월 각각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발(發) 경기 침체에 빠진 중국 역시 연말까지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산업생산(전년 대비)은 월가 예상치(5.2%)와 전월(5.3%)에 못 미치는 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실업률은 6월 5%에서 7월 5.2%로 올랐다. 후이 산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이 올 3분기에 지급준비율을 0.25%포인트 인하하고 4분기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하 없다’던 뉴질랜드도 선회

"인플레 가니 침체 걱정"…유럽·중국, 美보다 앞서 피벗
통화 정책 자율성이 크지 않은 중소국도 경제 정책 초점이 물가에서 성장으로 옮겨 가면서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은 14일 기준금리를 연 5.5%에서 연 5.25%로 0.25%포인트 내렸다. 2020년 3월 이후 첫 기준금리 인하다. 에이드리언 오어 RBNZ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 목표 범위(1~3%)로 돌아왔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RBNZ는 5월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했고 2025년 하반기까지 금리 인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 같은 입장을 바꾼 것은 침체 우려 때문이다. 오어 총재는 올해 2·3분기 뉴질랜드 경제의 역성장을 전망하며 “지금이 가장 어두운 시기”라고 말했다.

가디언지는 7월 영국 CPI 상승률이 2.2%로 전월보다 0.2%포인트 올랐지만 영국 중앙은행(BOE)이 9월 금리를 연 5%에서 연 4.75%로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3월과 6월 기준금리를 내리며 글로벌 피벗을 이끈 스위스, 6월 피벗을 시작한 캐나다도 9월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