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산하 공공기관들이 다자녀 공무직(공공 부문 무기계약직) 직원을 정년 이후에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는 정책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수도권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감소로 지방 인력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정부의 계속고용 제도 도입이 지지부진하자 지자체들이 일종의 자구책을 들고나왔다는 분석이다. 공무직 직원의 퇴직 이후 경제적 부담 완화와 출산 장려 효과도 있어 다른 지자체로 제도가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직 계속고용 제도 속속 도입

지방소멸 위기에…'정년후 계속고용' 지자체가 나섰다
15일 각 지자체와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 등에 따르면 대구시와 산하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은 이달부터 ‘다자녀 가구 공무직 계속고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시 및 산하기관 소속 총 1500여 명의 공무직 직원 중 자녀가 둘인 직원은 만 60세 정년 이후 1년, 세 자녀 이상을 둔 직원은 2년을 계속고용하는 제도다.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공무직 계속고용 정책을 시행한 것은 대구시가 처음이다.

대구시 고용·노사민정협의회는 제도 도입을 앞두고 지난 4월 ‘다자녀 가구 공무직 계속고용 계획’을 의결했다. 대구교통공사, 공공시설관리공단, 대구의료원 등 산하 기관은 6월 노사 협약을 맺었다.

기초자치단체 중엔 대전 서구가 올해 2월부터 공무직 계속고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년퇴직하는 해에 19세 미만 미성년 자녀를 둔 다자녀 공무직 직원이 우선 혜택을 본다. 미성년자가 한 명이면 퇴직 후 2년, 두 명이면 5년, 세 명이면 8년, 네 명 이상이면 10년간 동일 부서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할 수 있다. 정책 시행 후 출산해 다자녀 부모가 된 공무직 근로자는 정년퇴직하는 해에 자녀가 성년이어도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

전북 부안군도 다자녀 공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계속고용하는 조례 개정안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도 법안 발의…제도 확산할 듯

지자체들이 다자녀 직원 대상 계속고용 제도를 속속 도입하는 것은 ‘지방소멸’ 위기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6년 20.6%에 달해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전망이다. 산업 기반이 약한 대구·경북, 광주·전남 지역 등은 ‘소멸 위기 1순위’ 지자체로 꼽힌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공무직 재고용은 지자체 차원에서 용이하게 추진할 수 있다”며 “소멸 위기가 심각한 지방을 중심으로 제도가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선 대구시 등의 계속고용 행보를 뒷받침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지난 13일 김위상 의원은 국가기관과 공공기관, 학교, 지자체 소속 공무직 직원의 자녀가 두 명이면 1년, 세 명 이상이면 2년 이상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간기업 사업주에 대해서는 강제 조항은 아니지만 같은 조건으로 계속고용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 의원은 “다자녀 근로자 재고용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정년 이후 소득 공백과 인구 절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현실적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생·고령화가 가속화하자 정부도 계속고용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사도 계속고용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연공급·호봉제 중심인 현행 임금체계 개편을 병행해야 한다는 경영계와 임금 손실을 반대하는 노동계가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여 타협점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